황교안대행 첫 행보… 권한대행 권한 어디까지

입력 2016-12-10 00:03 수정 2016-12-10 00:28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하기 위해 청와대 위민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 뒤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주 기자
국회가 9일 오후 4시10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황교안 국무총리도 ‘대통령 권한대행’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안보·치안 관련 부처 장관에게 긴급지시를 내린 후 청와대로 가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했다. 오후 7시3분 청와대에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사본)이 송달된 후에는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해 권한대행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에도 대국민 담화 발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등 일정을 수시로 추가하며 밤늦게까지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황 권한대행은 임시국무회의와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국정 공백 최소화를 약속했다. 임시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전 내각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책임과 소명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담화에서도 “국정이 한시라도 표류하거나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전 국무위원 그리고 모든 공직자들과 함께 오직 국민과 국가만 생각하며 국정 관리의 책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앞으로 헌법 71조에 따라 행정부 수반과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에서 규정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국민투표 부의권, 조약 체결·비준권, 국군통수권, 긴급명령 및 긴급경제명령 발동권, 계엄 선포권, 공무원 임면권, 사면·복권에 관한 권리 등을 부여 받았다. 수석비서관회의를 비롯한 청와대의 업무보고도 받는다. 청와대와 총리실 간 업무 협의를 통해 업무 분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NSC 의장으로 국방부 등으로부터 안보 상황도 직접 보고받는다. 경호 역시 청와대 경호실의 지원을 받아 이전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고유 권한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헌법학자들의 중론이 ‘현상유지’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의 큰 틀은 대통령 자격을 가진 사람이 바꿀 문제로,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도 서울법대 교수 시절 쓴 논문에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임시적인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능한 한 현상유지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총리실이 참고한 ‘고건 권한대행’ 사례도 마찬가지다. 고 전 총리는 차관급인 국가보훈처장, 외교안보연구원장, 법제처 차장을 직접 임명했지만 모두 공석인 자리들이었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주요 외교 일정 역시 연기했다.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 참석이나 방한 외빈을 만나는 것에 머물렀다. 청와대로의 발걸음도 끊다시피 했다. 고 전 총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적이 없고, 청와대도 단 한 차례만 방문했다. 의전과 경호도 거의 바꾸지 않았다. 고 전 총리가 언론에 밝힌 내용을 보면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된 당일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달라”고 했지만 고 전 총리가 응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를 ‘몽돌’(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과 ‘받침대’에 비유한 것을 감안하면 권한대행 기간에도 받침대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이다.

황 권한대행 역시 ‘고건 모델’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국방과 외교를 우선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인 뒤 경제 등 민생 행보에 전념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의 상황을 놓고 보면 황 권한대행 쪽이 좀 더 발 빠르다. 외교·안보 및 치안을 우선 챙기고 각종 회의를 주재한 것은 비슷하지만 탄핵소추안 통과 이튿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고 전 총리와 달리 황 권한대행은 당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탄핵 심판이 장기화될 경우 인사나 외교안보 정책 등에서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비상시와 평시를 구분해야 하는데 평시의 경우 급한 상황이 아니면 어느 정도 인사나 정책을 연기할 수 있지만 천재지변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때는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결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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