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매년 12월이 되면 전 세계 대부분의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립니다. 이 작품이 언제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공연이 됐을까요? 발레단마다 버전이 다른가요?
A : ‘호두까기 인형’은 ‘달러박스’(효자상품)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최고의 티켓 판매를 기록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892년 12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차이콥스키 음악, 프티파 안무로 초연됐습니다. 당시엔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가를 인정받았지요. 특히 1954년 12월 조지 발란신이 이끌던 뉴욕시티발레단이 공연해 큰 인기를 얻은 뒤 미국 방송사 CBS가 58년 크리스마스에 이 작품을 방영하면서 붐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호두까기 인형’은 어린 시절 한번은 봐야 될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만 해도 ‘빅2’ 국립발레단(17∼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유니버설발레단(16∼3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외에 와이즈발레단(9∼10일 마포아트센터), 서울발레시어터(16∼17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23∼25일 용인포은아트홀), 이원국발레단(20∼21일 성수아트홀)이 관객과 만납니다.
각종 기록을 훑어보면 국내 전막 초연은 74년 11월 수도여자사범대(옛 세종대) 무용과에서 했습니다. 국립발레단은 3년 뒤인 77년 12월 일본 도쿄시티발레단의 안무가 아리마 고로를 초빙해 ‘호두까기 인형’ 전막을 5일간 5회 공연했지요. 흥미로운 점은 국립발레단이 이후 ‘호두까기 인형’을 12월에 공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국립발레단은 어린이날이 있는 5월에 격년 꼴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다시 12월에 공연하기 시작한 것은 86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하면서부터입니다. 두 발레단은 그해 12월 나란히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 후 31년째인 올해까지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각각 러시아 양대 발레단인 볼쇼이발레단과 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볼쇼이발레단과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오랫동안 예술감독으로 군림하다 러시아 개방화 물결 속에 물러난 유리 그리가로비치와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를 각각 초빙해 안무를 맡겼기 때문이지요.
국립발레단은 아리마 고로 버전을 시작으로 임성남, 김혜식, 최태지가 각각 손 댄 버전을 선보이다 2000년부터 그리가로비치 버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에드리안 델라스, 로이 토비아스 버전을 거쳐 98년부터 비노그라도프 버전을 공연하고 있어요.
아기자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여주인공 클라라 역을 1막에선 어린이가, 2막에선 어른이 맡습니다. 그에 비해 춤이 돋보이는 국립발레단에선 어른 무용수가 1막과 2막을 전부 소화해 냅니다. 또 국립발레단 버전은 다른 곳에선 나무 인형으로 처리한 호두까기 인형을 몸집이 작은 어린이에게 맡기는 것이 독특합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 ‘호두까기 인형’ 한국서 언제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공연 됐을까?
입력 2016-12-0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