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13년 1000정이 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했고 이 중 836정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한 의약품은 중독성이 강하고 장기 복용 시 환각 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품이다. 특히 방송인 에이미가 불법으로 처방받았던 약물인 졸피뎀도 포함됐다. 이 약물은 비정상적인 사고 및 행동 변화, 자살 충동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30일 청와대 경호실에서 제출받은 ‘청와대 구매 향정신성의약품 현황’에 따르면 청와대가 자낙스 600정을 비롯해 스틸녹스 210정, 할시온 300정 등 모두 합쳐 1110정의 마약류 의약품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2013년 4월 18일과 8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약품을 구매했다. 지난 10월 31일 기준으로 스틸녹스 101정, 자낙스 83정, 할시온 100정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품은 모두 중독성이 강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낙스는 최순실씨가 차움의원에서 수차례 대리처방 받았던 약물로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어 마약류로 분류돼 있다. 당초 청와대가 300정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이보다 2배 많은 600정을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틸녹스는 에이미가 불법 투약했다가 처벌받았던 약물로 주성분은 졸피뎀이다. 졸피뎀은 복용 전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부작용과 중독성이 강해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린다.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세와 비정상적인 사고 및 행동 변화도 야기한다. 자살 충동이 강해지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다.
할시온은 장기 복용 시 환각 증세 등 부작용을 낳아 영국 등 해외에서는 사용 금지됐으며 국내에서도 10일 이상 장기복용이 금지된 약품이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비타민주사와 비아그라 등의 의약품을 구매했을 뿐 아니라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 의약품을 다량으로 구매하고 소비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이 의약품에 대한 처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조특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의혹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주사제를 대통령이 처방전 없이 맞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국가 안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 장관은 “비전문가가 쓰기에는 위험한 약품”이라며 “다만 대통령께서 이 약품을 투약하셨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의약품은 대통령 해외순방 시 수행원들의 시차적응을 돕기 위한 수면유도제로 사용됐다”며 “한 번 해외순방을 갈 때 수행원만 150여명인데, 특별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靑, 마약성 의약품 1110정 구입 836정 소비”
입력 2016-11-30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