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4)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새롭게 떠올랐다. 유력 후보 밋 롬니(6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정권인수위원회 내부의 강한 반발에 맞닥뜨린 가운데 외교 수장 자리를 두고 장고를 거듭 중인 트럼프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퍼트레이어스를 면담했다. 퍼트레이어스는 취재진에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역시 트위터에 “매우 감명 깊었다”고 적었다.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고른 신임과 지지를 얻고 있다. 트럼프가 내홍의 발단인 롬니 또는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는 루돌프 줄리아니(72) 전 뉴욕시장 대신 제3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가기밀 유출 전력이 국무장관 발탁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중부군사령관(대장)을 역임한 뒤 2011년부터 CIA 국장으로 재직한 퍼트레이어스는 이듬해 자서전 집필 작가 폴라 브로드웰과 불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러났다. CIA 국장 재직 당시 기밀 바인더 8개를 브로드웰에게 빌려준 혐의로 기소된 퍼트레이어스는 지난해 4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만 달러(약 1억1700만원)를 선고받았다.
퍼트레이어스가 또 한 명의 군 출신 인사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예비역 중장인 마이클 플린(58)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내정했다. 국방장관 발탁이 유력한 강경파 제임스 매티스(66) 전 중부군사령관을 두고도 벌써부터 우려가 새어나온다. 국방장관 하마평에도 퍼트레이어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는 29일 트럼프타워에서 롬니와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인수위는 ‘2차 면접’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언급하지 않았다. 대선 공신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한 트럼프가 롬니 카드를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또 다른 국무장관 후보인 밥 코커(64) 상원 외교위원장과도 회동을 가지며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트럼프가 보건장관에 정형외과 의사인 톰 프라이스(62) 하원의원을 내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조지아주에서 6선을 지낸 프라이스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강력 반대한다. 프라이스는 “오바마케어가 의사와 환자의 자기 결정 능력을 제한한다”며 “보험료가 내려가기는커녕 오르기만 했다. 정작 많은 미국인이 의료보장 혜택을 잃어버렸다”고 거듭 주장했다. 보건장관은 연간 1조 달러(약 1170조원)에 달하는 보건복지예산을 집행한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이번엔 기밀유출한 軍 출신… 꼬여가는 美 국무장관 인선
입력 2016-11-29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