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문명충돌 격화되나

입력 2016-11-29 18:01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칼부림 테러 용의자 압둘 라자크 알리 아르탄. AP뉴시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해 11명이 다치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소말리아 출신인 용의자는 반(反)이슬람 정서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이슬람 혐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부 이슬람 사원에는 ‘무슬림 학살’을 예고하는 협박 편지가 배달됐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2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립대 콜럼버스 캠퍼스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11명이 다치고 용의자 압둘 라자크 알리 아르탄(18)이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아르탄은 오전 9시52분쯤 차량으로 강의동 앞 인도로 돌진해 학생들을 들이받은 뒤 도축용 칼을 들고 내려 마구 휘둘렀다. 아르탄의 범행은 대학 경찰이 그를 사살하면서 1분여 만에 수습됐다. 차에 치인 6명과 자상이나 열상을 입은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르탄은 소말리아 난민 출신으로 물류관리를 전공하는 재학생이었다. 경찰은 2007년 소말리아를 떠난 아르탄 가족이 파키스탄을 거쳐 2014년 미국에서 난민 자격을 인정받고 합법적으로 거주해 왔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FBI)은 아르탄이 페이스북에 무슬림 박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점을 감안해 이번 범행을 테러로 볼 수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다. 아르탄은 범행 직전 “미국이여! 무슬림 공동체에 간섭하는 것을 멈춰라. 기억하라, 우리는 약하지 않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 8월에는 학내 신문과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기도하고 싶은데 무슬림에 대한 미디어의 묘사가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와 타임은 이날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조지아주 1곳, 캘리포니아주 3곳 등 총 4군데 이슬람 사원에 배달된 협박 편지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사탄의 자녀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무슬림은 극도로 불쾌하고 더러운 사람들”이라며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했듯, 트럼프가 무슬림을 시작으로 미국을 씻어내 다시 빛나게 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