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전설이 전설을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이글스가 부르는 ‘제임스 딘’이었다. 귀 익은 멜로디와 목소리에 끌려 발을 멈추고 가만히 노래를 들었다.
“제임스 딘, 제임스 딘, … 당신은 비록 이유가 없더라도 감정 풍부한 반항아였지(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살짝 비튼 가사) … 당신을 사로잡은 것은 오직 하나 규율을 깨트리는 것 뿐 … 스크린에 비친 제임스 딘,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 … 오픈 스포츠카를 타고 영원의 길로 떠나버렸지 … 제임스 딘, 제임스 딘, 당신은 너무 빨리 살았어. 너무 일찍 죽었어. 안녕, 안녕히….”
이런 가사를 듣고 있노라니 청바지에 흰 티셔츠, 그리고 빨간 점퍼를 걸치고 낡은 자동차에 올라타 스피드에 목숨을 맡긴 치킨게임을 하던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 선명히 머리에 그려졌다. 어렸을 적 어른들이 열을 올리며 제임스 딘을 칭송하는 것을 들으면서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하고 궁금해 하다가, 그래봤자 어른들이 좋아하는 배우니까 별 볼일 없겠지 하고 짐짓 무시하다가 리바이벌 상영된 ‘이유 없는 반항’을 보고 제임스 딘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던 내 젊은 시절도 함께.
영화사상 전설들도 많지만 제임스 딘이야말로 ‘진정한 전설’이라 해서 과언이 아니겠거니와 록그룹 이글스 역시 팝음악의 전설이다. 가수 린다 론스타트의 백밴드로 출발해 1971년 독립, 전 세계에서 1억5000만장의 레코드를 판매할 만큼 성공을 거둔 이 록밴드는 록의 클래식이 된 ‘Hotel California’를 비롯해 ‘Take It Easy’ ‘Desperado’ ‘One of These Nights’ ‘Best of My Love’ 등 명곡들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남겼다. ‘제임스 딘’은 1974년에 발매된 세 번째 앨범 ‘On the Border’에 수록된 곡으로 1976년에 발표된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만큼 많이 알려진 노래는 아니지만 그 이전 노래로는 그래도 유명세를 탄 곡이다. 그러고보니 전설적인 은막의 스타는 또 다른 전설에 의해 노래로 환생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98> 전설이 전설을 노래하다
입력 2016-11-29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