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우파 vs 극우파… 佛 대선 ‘右편향’ 예고

입력 2016-11-28 18:04
프랑수아 피용 전 프랑스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제1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연설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피용은 프랑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장관을 5차례 역임했고 2007∼2012년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과묵한 성품이지만 동료들은 “얼음 아래에 불을 품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한다. AP뉴시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정통 보수파와 극우파의 대결로 좁혀졌다.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보수주의자인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가 제1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 2차 결선투표에서 지지율 66.5%로 중도 성향의 알랭 쥐페(71) 전 총리를 제쳤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내년 4월 실시되는 대선에서는 우파인 피용과 극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또 다른 야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9) 대표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사회당 소속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지율이 4%에 불과해 재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1차 투표에서 44.2%의 지지를 얻은 피용은 2차 결선투표에서도 압승했다. 피용은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국민은 완전한 변화를 위한 행동을 원한다”면서 “이들에게 다시 자신감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좌파는 실패를, 극우파는 파산을 의미한다”며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든 이를 위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1차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쥐페 전 총리나 니콜라 사르코지(61) 전 대통령이 강력한 대선 후보로 예측됐지만 여론은 순식간에 피용 쪽으로 기울었다. 공화당은 사상 처음으로 참가비 2유로(약 2500원)만 내면 당원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경선 제도를 바꿨다. 1차에 430만명, 결선에 450만명이 몰리면서 당 안팎으로 관심이 쏠렸다.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그가 대통령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벌인 시뮬레이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용은 대선 결선투표에서 67%의 지지를 얻어 르펜(33%)을 꺾을 것으로 예측됐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도 지난 25일 피용이 결선투표에 진출해 지지율 71%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용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동성애와 낙태에 반대하고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수차례 피력했다. 지난여름 프랑스를 뜨겁게 달군 부르키니(무슬림 여성 수영복) 논란에 대해 “프랑스는 다문화 국가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FN으로선 피용은 피하고 싶은 후보였다. 친(親)러시아 성향에 프랑스인의 정체성과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이민자에게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입장이 상당 부분 겹쳐서다.

다만 경제 정책은 엇갈린다. 피용은 시장주의자로 정부 역할의 축소를 주장한다. 대처리즘(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경제개혁 정책)을 신봉해 ‘프랑스 대처’로도 불린다. 자유시장 개혁과 공공부문 50만명 감원, 공공 지출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르펜은 최하층 계급을 대변하면서 보호주의를 표방하고 반세계화를 옹호한다. 피용을 두고 우월감에 젖은 기성 정치인이자 엘리트를 위한 정치인이라고 주장하면서 거리두기에 나섰다.

피용이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교육부, 정보통신부, 사회부 등 5차례 장관직을 맡았고 사르코지 정부에서 5년간 총리로 일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피용을 두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그늘에서 얼굴을 내밀었다(Mr. Nobody comes out of the shadows)”고 악평했다.

선거는 내년 4월 23일 열린다.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없으면 5월 7일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