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클린턴 처벌 원치 않는다”

입력 2016-11-23 18:32 수정 2016-11-23 21: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소재 뉴욕타임스(NYT) 본사에서 NYT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NYT의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NYT를 방문, 경영진과 기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오른쪽은 아서 슐즈버거 NYT 발행인.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한 모든 수사와 조사활동을 중단시키기로 했다. 트럼프는 또 테러리스트에 대한 고문을 부활하겠다고 말한 선거 때 발언을 취소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도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으나 “열린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번복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은 이해충돌 의무가 없다”고 말해 대통령 재임 중 기업경영에서 손떼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본사를 방문해 NYT 발행인 아서 설저버그 주니어와 환담한 뒤 편집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클린턴을 처벌하는 것은 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더 이상 클린턴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클린턴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힌 것은 처음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불기소 권고 처분을 내렸지만, 클린턴재단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직 시절 사건인 ‘벵가지 사태’ 대응을 파헤치기 위한 공화당 주도의 의회 조사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켈리안 콘웨이 고문은 MSNBC에 출연해 “당선인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클린턴의 벵가지 의혹에 대한 조사도 중단하라고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을 만나 ‘테러리스트에 대한 고문이 효과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내 생각을 바꿨다”며 “고문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담배와 맥주를 주면서 테러 용의자와 신뢰를 쌓고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더 낫다는 매티스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를 꼭 국방장관에 기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업적인 기후변화협약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입장을 바꿨다. 그는 “대기오염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기후변화에 열린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대통령직 수행과 기업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긍하지 않았다. 그는 “법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이해충돌 의무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이론적으로는 기업경영과 대통령직 수행을 완벽하게 병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해충돌방지법 적용대상에 대통령은 빠져 있지만 헌법은 대통령이 외국 정부로부터 보수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반부패법은 대통령의 뇌물수수, 부정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