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옥순(87) 할머니 등 5명이 일제 전범(戰犯)기업인 후지코시 주식회사를 상대로 “강제노동에 따른 육체·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다. 강제징용과 관련해 후지코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두 번째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정민)는 23일 김 할머니 등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 할머니 등 5명에게 각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 할머니 등은 1944∼45년 일본 도야마(富山)현 군수 공장으로 끌려갔다. 열악한 환경에서 항상 감시를 받으며 일했지만 임금은 전혀 받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4월 소송을 낸 이후 법정에 출석해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월급도 10원 한 푼 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법원은 김 할머니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제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의 당시 연령과 강제노동 기간, 노동 강도 등을 고려했을 때 총 청구액 5억원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 측은 이날 승소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을 조속히 판결하라”고 촉구했다. 김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10여건 중 3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고, 이 중 2건은 3년 넘도록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김 할머니 등은 “아흔을 넘은 피해자들의 나이도 한계 수명에 달하고 있다”며 “법원의 최종 답변을 듣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법원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1억씩 배상하라”
입력 2016-11-23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