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1억씩 배상하라”

입력 2016-11-23 18:29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3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강제동원 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신속히 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일본 후지코시사가 강제동원했던 한국인 5명에게 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뉴시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옥순(87) 할머니 등 5명이 일제 전범(戰犯)기업인 후지코시 주식회사를 상대로 “강제노동에 따른 육체·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다. 강제징용과 관련해 후지코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두 번째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정민)는 23일 김 할머니 등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 할머니 등 5명에게 각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 할머니 등은 1944∼45년 일본 도야마(富山)현 군수 공장으로 끌려갔다. 열악한 환경에서 항상 감시를 받으며 일했지만 임금은 전혀 받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4월 소송을 낸 이후 법정에 출석해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월급도 10원 한 푼 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법원은 김 할머니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제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의 당시 연령과 강제노동 기간, 노동 강도 등을 고려했을 때 총 청구액 5억원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 측은 이날 승소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을 조속히 판결하라”고 촉구했다. 김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10여건 중 3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고, 이 중 2건은 3년 넘도록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김 할머니 등은 “아흔을 넘은 피해자들의 나이도 한계 수명에 달하고 있다”며 “법원의 최종 답변을 듣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