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김종 차관 외압 사실… 무서웠다”

입력 2016-11-21 17:58 수정 2016-11-21 21:09

‘마린보이’ 박태환(27·왼쪽 사진)과 ‘피겨요정’ 김연아(26·가운데)가 일명 ‘최순실 사단’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 스포츠 스타들까지 겁박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박태환은 21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해 “외압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박태환은 도쿄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김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다”며 “하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제의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의 외압이 올림픽 성적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수영 외에 여러 가지 생각할 게 굉장히 많았다”면서 “하지만 더 잘 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이 압력을 행사한 이유는 박태환이 각종 정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차관이 다른 특정 선수를 밀기 위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김연아는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불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늘품체조는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연아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일정 등을 이유로 시연회에 나오지 않았다. 김연아는 지난해 9월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2015년 스포츠 영웅’ 최종 심사에서 제외됐다. 한 매체는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측근에게 “김연아는 문체부에 찍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가한 손연재(22·오른쪽)는 특혜 논란에 휩싸이며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손연재가 정권 등의 도움으로 지난 2월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손연재 소속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체육상은 전년도에 가장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데, 손연재는 지난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3관왕을 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고 해명했다. 이어 “근거 없는 억측으로 비인기 종목에서 국위를 선양한 운동선수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모규엽 천지우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