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과 9일 양측은 도쿄와 서울에서 과장급 실무협의를 개최했다. 2012년 이명박정부 시기 중단됐던 논의가 4년5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국방부는 협상 재개가 안보적 측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협정 체결이 일본 자위대 재무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명박정부는 2011년 1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협의 추진에 합의했다. 합의, 가서명,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가결 등 1년6개월 동안 속도를 내다가 제동이 걸렸다. 준비 소홀과 절차·과정에 문제가 많았다.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않는 경우 외교협정 체결의 국내적 절차는 법제처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서명 순으로 진행된다. 이명박정부는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곧장 국무회의에서 가결했다. 실무급 회의에서 가서명한 사실을 숨겼다. 협정 제목에서 ‘군사’를 삭제하는 눈속임까지 했다. 중국의 반대라는 외교적 문제를 소홀히 했다. 국민들의 반일정서도 등한시했다.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민감한 문제 해결은 서둘러서는 안 된다.
최순실 사건으로 혼란스럽다. 대통령은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정책결정 과정은 상당한 문제를 노출했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 할머니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감정을 반영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입주기업과 사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국가의 사적 영역을 무시한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도 지역민·국회·주변 국가와의 논의다운 논의가 없었다.
국가 정책은 상향식 결정이 효과적인 이행을 보장한다. 국민여론·전문가들의 토론과 국회 공청회를 거쳐 주무부처가 정책을 수립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주무부처의 안건을 상정해 관계부처들의 토론을 거쳐 2개의 안을 대통령에게 올린다. 대통령은 하루 또는 이틀 내에 결단을 내리며 대부분 주무부처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경험적인 사례다.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주무부처 의견과 거리가 먼 느낌이다. 잘못된 하향식 정책결정의 본보기로 분석된다. 대통령이 결정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추인하고 주무부처가 선전하는 모양새다. 잘못된 정책결정은 공포마케팅, 무기마케팅, 안보마케팅으로 국민들을 편 가르기 한다. 박근혜정부의 자기성찰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군사적 효용성과 필요성만 강조한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한반도·동북아의 전략적 환경 변화에 따른 정보의 손익계산을 해야 한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안보법 개정을 통해 해외에서의 자위대 활동을 가능케 했다. 평화헌법 9조까지 개정된다면 협정 체결이 군국주의 부활의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 된다. 북한 관련 정보 교류가 동북아 지역정보 교류로 확대되고 북한 붕괴나 중국 포위 등 군사작전계획으로까지 발전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사드 배치는 신냉전 구도를 촉진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미동맹 관계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듯하다. 박근혜정부는 미국 신정부가 정착되는 내년 말까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현재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에 따라 미국을 경유한 한·일 간 정보공유에 충실하면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반도포커스-양무진] 한·일 군사협정 논의 중단돼야
입력 2016-11-13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