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건이 선거를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무혐의로 다소 싱겁게 종결되자 양측 표정은 엇갈렸다. 클린턴 측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측은 “여전히 범죄자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클린턴의 이메일 의혹을 재수사한 결과 새 혐의가 나오지 않아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클린턴 캠프 제니퍼 말미에리 공보국장은 “불기소 권고 결론을 확인해 다행”이라며 “그렇게 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이언 팰론 클린턴 캠프 대변인도 “7월의 결정(불기소)이 뒤집힐 일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코미 국장이 이를 확인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트럼프는 미네소타 유세 중 소식을 들었다. 그는 “클린턴은 왜곡된 시스템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 대선에 나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시간주 유세에선 “65만개의 새 이메일을 단 9일 만에 모두 검토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클린턴은 부패하다”는 기존 논리를 이어갔다.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FBI 결정과 상관없이 클린턴은 국가 기밀을 위험에 빠뜨렸고 안보 사항을 누설했다. 이는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1분 1초를 아껴 유권자를 만났다. 클린턴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와 뉴햄프셔 등을 돌면서 흑인 유권자를 중점적으로 독려했다. 뉴햄프셔에선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후마윤 칸 대위 아버지 키즈르 칸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칸은 트럼프를 언급하면서 “당신의 미국에 후마윤 칸 대위, 무슬림, 라티노, 흑인의 자리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7일 트럼프는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을 돌며 저학력 백인층 표를 호소한다. 클린턴은 필라델피아 밤 유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 존 본조비 등과 함께 나서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선거 운동을 마감한다.
두 후보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중대형 경합주를 대상으로 마지막 선거 광고도 진행하기로 했다. 더힐에 따르면 클린턴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트럼프는 ‘엘리트와 대중’을 예로 들며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을 비난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는 대선 일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변론글을 USA투데이에 실었다. 클린턴은 “지지 정당, 인종, 신앙 등 모든 배경을 통틀어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함께 더 강해지는 변화를 이룰지, 우리를 서로 분열시킬 변화를 이룰지 투표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민법 개혁, 불법 정치자금 철폐와 시민 투표권 보호, 형사 사법제도 개혁 등을 취임 후 첫 100일간 중점적으로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17개월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행을 했다”며 “특수 이익집단으로부터 정부를 다시 돌려받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부패를 청소하고 과거 실패한 정치인들과 연결고리를 끊겠다”며 일자리 2500만개 창출, 중산층 세금 감면, 오바마케어 폐지, 국경 보안 강화 등 주요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2016 미국의 선택] 짐 덜어낸 힐러리 경합주 돌며 흑인 독려, 트럼프 “여전히 범죄자”… 백인층에 호소
입력 2016-11-07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