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무참하게 유린한 최순실씨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긴급체포된 이후 연일 계속되는 검찰 소환조사에서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와 관련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검찰에 출두하면서 “용서해 달라. 죄송하다. 죽을죄를 졌다”며 고개를 숙였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뒤에서 호가호위하며 나라를 결딴냈던 그가 반성 없이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자신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최씨는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검사가 최씨의 지시·개입 등을 증언한 재단 임직원 등의 진술을 들어 추궁해도 입을 꾹 닫고 있다. 그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 등 대외비 자료를 미리 받아본 의혹 역시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정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최씨와의 통화 내용을 확보했는데도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대외비 자료가 저장된 태블릿PC 실물을 눈앞에 보여줘도 “내 것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정을 농단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게 속속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데도 발뺌하거나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듣던 대로 보통이 아닌 것 같다” “낯이 두꺼워도 이렇게 두꺼울 수가 있나”라는 수사 관계자의 장탄식이 나오겠는가.
그의 이런 안하무인격 태도는 검찰이 자초한 바 크다. 수사 초기부터 늑장 대처를 한 검찰은 최씨 귀국 직후 긴급체포는커녕 소환까지 이례적으로 31시간이나 시간을 줬다. 관련자들과 입을 맞출 시간을 검찰이 친절하게 배려한 것이나 다름없다. ‘뒷북’과 ‘배려’로 일관했으니 최씨의 침묵을 깰 결정적 증거를 들이밀 수 있겠는가. 이러니 ‘최순실 사태 16단계 예언설’ ‘최씨 대역(代役)설’ ‘곰탕 신호설’ 등 각종 설 등이 난무하는 것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에 출두한 뒤 점퍼 차림에 팔짱을 끼고 웃는 얼굴로 여유 있게 조사를 받고 있는 장면도 검찰의 서글픈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사 주체인 검찰이 오히려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양상이다.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태민·최순실 특별법’을 발의해 재산을 환수하겠다는 의원도 나오고 있다. 최씨는 지금이라도 사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검찰도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가려내길 바란다. 숨기거나 덮으려 하다간 상상을 초월하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진실 고백만이 역사 앞에 사죄하는 길이다.
[사설] 뻔뻔한 최순실, ‘죽을죄’ 자백하라
입력 2016-11-07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