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판자촌 달빛… 가을 정취 가득

입력 2016-10-19 17:38
정영주 '사라지는 풍경'
윤병락 '가을향기'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전시 2편이 관람객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사과 그림으로 유명한 윤병락(48) 작가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19일부터 31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달동네 판자촌의 불빛 그림으로 잘 알려진 정영주(46) 작가가 같은 동네 선화랑에서 19일부터 11월 5일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두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 두 화랑은 인사동에서 30여년 자리 잡은 터줏대감이다. 전통 있는 공간에서 개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가을의 정취를 듬뿍 안겨주는 전시다.

윤병락의 사과 그림은 손을 뻗어 꺼내먹고 싶을 정도로 유혹이 강렬하다. 그림 속 가짜 사과가 분명한데도 진짜 같은 착시에 빠지게 한다. 경북 영천 과수원집에서 자란 작가는 경북대 미술대학을 나와 솜씨를 발휘하다 2005년 그림 소재로 사과를 발견했다. 아버지에게 사과는 생계였다. 노동의 신성함에 자신도 모르게 매료돼 사과를 그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붓으로 그린 그림인데도 환영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가을향기’라는 제목으로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정영주 작가의 작품 배경은 달동네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촌이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시멘트 벽돌과 좁은 골목길이 그대로 노출되지만 온기를 전하는 것은 노랗게 켜진 조명 때문이다. 물감으로 그린 게 아니다. 한지를 손으로 말고 펴고 일일이 붙여 완성했다. 한지와의 인연은 홍익대 회화과를 나와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국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판자촌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살린 한지 입체화 30여점을 ‘사라지는 풍경’이라는 주제로 내놓았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