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9조 증발… 삼성전자 주가 8.04% 하락
입력 2016-10-12 00:02
삼성전자 주가가 11일 갤럭시 노트7 쇼크로 8% 넘게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의 최대 하락률이다. 시가총액 증발액은 약 19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전날까지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독주(獨走)하다 독주(毒酒)를 마시게 됐다”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3만5000원(8.04%) 떨어진 154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상장된 1975년 6월 이후 최대 하락액이다. 직전 최대 하락액은 노트7 폭발 파문이 확산된 지난달 12일 기록한 11만원이었다. 하락률은 2008년 10월 24일 기록한 13.76% 이후 최대치다.
전날 일제히 내렸던 노트7 부품주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홍채 인식 카메라 부품을 납품하는 파트론은 전날에 이어 3.48% 하락했다. 반면 엠씨넥스는 1.47% 반등했고, 코렌은 등락 없이 거래를 마쳤다. 하이투자증권 송은정 연구원은 노트7 판매·생산 중단으로 부품 업체들의 4분기 매출액이 예상보다 5∼10%, 영업이익은 10∼1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미 주요 부품 업체들의 시가총액 합이 평균 4.5% 하락했다”며 “악재가 이미 반영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주요 증권사는 삼성전자에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냈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각각 210만원과 208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노트7의 단종이 결정되는 새 악재가 터지며 4분기 실적 전망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 전망을 기존 203조원에서 198조원으로 수정했다.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단기적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협력사와 함께 동반 성장하지 않은 데 이번 사태의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노트7 출시 과정에서 뭔지 모를 조급함이 엿보였다”며 “협력사의 기초체력을 함께 키우지 않고 독주(獨走)하다 독주(毒酒)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가 떠오른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당장의 손해가 문제가 아니다”면서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인한 손해는 상상하기 어렵고 천문학적 수준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