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신천지 대규모 행사 가보니 10만명이 홀린 듯이 일사불란… 전체주의 北 매스게임 떠올라

입력 2016-09-19 21:13
유니폼을 착용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신도들이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춰 앉아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때문에 하루 종일 시끄러웠습니다. 신천지 추수꾼 등 10만여명이 ‘종교대통합 만국회의(WARP) 2주년 기념 평화 축제’에 총집결했기 때문입니다.

오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행사를 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4가지입니다. 그것은 북한, 거짓말, 내부결속, 생활밀착형 이단입니다.

신천지는 이날 12개 지파별로 똑같은 유니폼을 착용했습니다. 일사불란하게 카드를 움직여 매스게임을 하는데 북쪽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떠올랐습니다. 매스게임을 한 신도들은 12시간 넘게 꼼짝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팬티형 기저귀를 착용하지 않고는, 무언가에 홀리지 않고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행동입니다. 북한의 2485만 주민들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속고 있듯 신천지 10만 신도들도 이만희의 ‘비유풀이’에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신천지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스티커를 부착한 사람만 입장시켰습니다. 출입구를 지키는 신천지 신도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신천지 행사 맞죠?” “무슨 말하는 거예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스티커가 있는 사람만 입장시키죠?” “당신 같은 사람이 소란을 피울까봐 그럽니다.” 너덜거리는 HWPL 스티커 뒤에 신천지 마크가 훤히 보이는데도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니 씁쓸한 웃음만 났습니다.

이날 각 지파의 대표 선수들은 마라톤과 100m, 400m 계주를 했습니다. 선수들이 결승점에 도달할 때는 장내가 떠나갈 듯 했습니다. 수천발의 축포를 쏘아 올리고 종이가루가 흩날렸습니다. 가슴을 쿵쿵 울리는 음악도 흘러나왔습니다. 올림픽 폐막식 같은 축제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분위기는 10만여명이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팝송 ‘위 아 더 월드’를 부를 때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음지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신도들에게 스포츠와 문화 코드로 자부심과 결속력을 심어준 것입니다.

우려스러운 현상은 20·30대 청년과 어린이가 꽤 많았다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갓난아기에게 이런 덕담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아가야, 너도 이제 어엿한 신천지인이 됐구나.” 무대 출연을 앞둔 앳된 초·중·고등학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신천지가 조직과 자금을 앞세워 대를 잇는 생활 밀착형 이단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날 신천지는 거창하게도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14만4000명만 채우면 새 하늘과 새 땅이 온다’고 주장하는 반사회적 시한부 종교집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천지에 빠진 신도들에겐 이혼 가출 학업·직업포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만희 교주는 1931년생입니다. 운동장에 모인 10만명은 그를 ‘보혜사’로, 영생불사(永生不死)하는 구원자로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정통교회 성도 출신입니다. 이들이 주체사상과 같은 집단 최면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오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