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받는’ 학생부… 大入 공정성 근본 흔들

입력 2016-09-12 04:04

전남 광주의 모 고등학교에서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학교생활기록부 조작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전국 고교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12일부터 학생부 수정이 잦았던 학교를 추려내 추가 조작이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예고하자 일선 고교 현장에는 행여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교육부 조사를 통해 추가 조작 사례가 드러나면 학생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대입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전받는 대입 정성평가

일선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학생부 조작이 광주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교육 풍토에서 학교 평판과 교사 능력이 ‘얼마나 많은 학생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느냐’에 좌우된다. 학교와 학부모, 학생 모두 조작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다. 대학 진학 실적을 두고 재단, 학교 관리자 심지어 지역사회에서 압박을 받기도 한다.

고3 담임 10년 경력인 경기도의 한 교사는 11일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몇 명, 인(IN)서울 몇 명인가에 따라 학교에서 교사 평판이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입학 때부터 가능성 있는 몇몇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고교들이 평판 관리 차원에서 입학 성적이 좋은 학생이나 ‘대입 스펙 사냥’이 가능한 소위 ‘있는 집 자녀’를 입학 초기부터 ‘집중 관리’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란 얘기도 나온다. 교육부가 학생부 수정을 까다롭게 규제할수록 나중에 수정할 필요 없도록 입학 초반부터 관리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학원 입시 전문가는 “교사 주관을 점수화하는 정성평가는 고교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짬짜미가 돼 맘먹고 조작한다면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며 “정성평가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어 대입 공정성은 앞으로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기적 현상으로 극복해야”

교육부는 교사 사견이 들어가는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부분과 담임교사가 작성하는 종합의견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상에서 학생부 수정이 많았던 학교들을 1차로 추리고 2차로 교육청과 공동으로 조사를 벌인다. 충분한 근거 없이 부정적 의견을 긍정적 의견으로 수정하는 등 봐주기가 이뤄졌는지 살펴보게 된다. 부적절 사례로 적발되면 4대 비위(성범죄, 성적조작, 상습폭행, 금품수수)로 규정해 처벌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교육부 대입 담당자는 “정성평가 위주로 대입 제도를 운영한 지 8년 정도 됐다. 지금에 와 4지선다형 필기시험 중심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조작 사건 등은)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본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대학·고교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뢰를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4년간 성적조작 등 ‘교원 4대 비위’로 처벌받은 교원은 283건으로 집계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비위 중 성 관련 비위로 처벌받은 교원이 139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품수수 91건, 성적조작 29건, 체벌 24건 순이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