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얼굴) 미국 대통령이 핵우산 제공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미국이 책임지겠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공격받을 경우 미 본토가 공격받은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우산 제공 발언은 ‘미 본토가 북한의 핵 공격을 받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차관보도 8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에서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지키고 동맹을 방어하며 역내 안정을 취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전략은 비(非)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은 예외다. 북한의 핵무기 발사 징후가 농후하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쏘는 걸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이런 입장은 2010년 발간된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에 잘 나와 있다. NPR은 미 정부의 핵무기 전략과 억지, 비확산, 군축 등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정해놓은 것이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처음 나온 뒤, 2002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 이어 2010년까지 8년 주기로 지금까지 세 차례 발간됐다.
미군의 핵우산은 구체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핵무기 발사 체계로 구성돼 있다. 미 공군이 지난 5일 발사한 ‘미니트맨3’는 ICBM으로 미국이 가용할 수 있는 핵우산 프로그램 중 하나다. 당시 미니트맨3는 6500㎞를 날아가 목표 지점인 남태평양 마셜제도 인근에 떨어졌다.
미 해군은 또 핵추진 잠수함 오하이오호를 지난 7월 부산항에 입항시켰다. 오하이오호는 북한의 잠수함 동태를 감시하고, 유사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가공할 화력을 갖췄다. 길이 170m, 너비 12.8m로 승조원 160명이 타고 있는 오하이오호는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중 가장 덩치가 크다. 1600㎞ 거리의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154기를 탑재하고 있다. 특수전 대원을 태우고 수중 침투하는 첨단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미군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 폭격기들을 최근 괌에 집중 배치됐다. 미 공군은 지난달 6일 B-52 전폭기와 B-1B 초음속전폭기, B-2 스텔스 전폭기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로 이동시켰다. 미 공군이 자랑하는 세 전폭기들이 한꺼번에 괌에 동원된 것은 처음이다. B-52 전폭기는 지난 6월에도 한반도 인근으로 출격했었다.
미국이 그렇다고 당장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우선 북한의 5차 핵실험직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별개로 9일(현지시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은 NSC 성명을 시작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결의된 대북 제재는 철저하게 이행하되 추가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아 미국의 제재 일변도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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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0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