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양국이 수교 24주년을 맞았다. 양국은 사드 갈등의 증폭으로 이를 기념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정치외교나 군사안보 분야는 상대적으로 미흡하지만 양국이 지난 24년간 보여준 경제 교류 및 사회문화적 성과는 가히 기적으로 불릴 만하다. 사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까지 양국 정부는 ‘역대 최고의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거나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관계’라는 표현으로 양국 관계를 설명해 왔다.
그런데 한국의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전략적 균형을 해친다’면서 사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적 조치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전체를 감시하는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고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중국이 한국의 설명은 무시한 채 자국 입장만을 강변하는 것은 사드가 미군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한국이 편입되어 미국의 중국 포위 체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의 생존 위협’ 우려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큼 관영 매체를 이용해 겁박을 하면서 소위 ‘강대국 중국의 힘’을 투사하려는 우를 범했다.
그러나 엄밀하게 보면 사드를 둘러싼 갈등은 예정된 결과다. 양국 관계가 제도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공감대를 찾기 어려운 북한의 존재라는 이질적 요소를 안고 출발했고, 해결하기 쉬운 것부터 협력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자는 선이후난(先易後難)적 사고를 가지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예측 가능했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위기가 아니며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충분히 준비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양국의 대응은 전혀 이성적이지 못했다. 한·미 정부는 숨기듯 일을 진행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고, 한국 정부는 국내 여론마저 설득하지 못하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특히 중국은 관변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 대한 협박에 혈안이 되었고 국내에서 반대 시위를 펼치는 영상을 연일 보도하면서 힘든 이웃 정부를 계속 압박하는, 전혀 대국답지 못한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과연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한국 국민이 느끼는 위협을 전략적 중·미 관계 차원을 떠나 생각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까지 성공한 북한의 행보를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정책 때문이라고 계속 주장할 수 있을지, 한국 때리기를 통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것으로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일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의 보복을 중국보다 더 강조하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중국이 펼치는 여론전과 심리전에 그대로 넘어간 모습에 다름 아니다. 한술 더 떠서 중국과 손잡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 주장도 한다. 미국을 등진 한국이 내민 손을 중국이 무조건 잡아줄 것이라는 생각도 착각이며, 미국이 영원히 한국 편일 것이라는 생각도 정교하지 못한 우리 식 사고다.
현재의 한국은 중국이 부상할수록 미·중 관계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구조에 빠져 있다. 한·중 수교 24주년 즈음에 불거진 사드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문제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말대로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우리에게 중국도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 중요한 국가다. 양국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을 추동하는 이성적 인식의 단초를 제공하길 기대해본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한반도포커스-강준영] 한·중 수교 24년, 새 미래를 위해
입력 2016-08-28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