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군림했던 삼성 라이온즈. 정규리그 5연패로 빛났던 사자군단의 모습을 올 시즌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리그 10개 구단 중 9위. 삼성에 이만큼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을까. 그래도 가을야구에 실낱 희망을 걸어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제나 그랬듯 ‘국민타자’ 이승엽(40)이 팀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5시즌 데뷔한 이승엽은 올해로 프로 생활 22년차다. 한국에서만 14번의 시즌을 소화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에 겸손함을 아는 진정한 프로다. 덕분에 마흔 살의 나이에도 꾸준한 기량과 성적으로 팀에 후배들 못지않게 공헌도가 높다.
이승엽은 올 시즌 단 두 경기만 빼놓고 모든 경기에 출장했다. 삼성은 시즌 초부터 투타를 막론하고 선수들의 줄부상을 겪었기에 더 빛난다. 그동안 이승엽은 여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유난히 더 뜨거운 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타격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달 들어 고타율 행진을 이어온 탓에 시즌 타율은 3할을 넘어섰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는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8월에만 6홈런이다. 팀에서 가장 많은 23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승엽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이다. 3, 4번 타순에 배치된 구자욱과 최형우에 이어 5번 지명타자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삼성과 5위 KIA 타이거즈의 승차는 5경기다. 아직 정규리그가 30경기 이상 남았다. 마운드는 붕괴됐지만 이승엽이 버틴 중심 타선이 살아있기에 가을야구의 희망을 저버릴 수 없는 노릇이다.
팀 성적을 감안하면 이승엽은 개인기록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하지만 ‘살아있는 전설’답게 대기록과도 인연을 떼놓을 수 없다. 가장 근접한 기록은 ‘양신’ 양준혁 해설위원이 현역시절 세운 최다 타점(1389타점)이다. 이승엽은 22일 기준 개인통산 1388타점을 올렸다. 지난주 열린 6경기에서 10타점을 추가로 쓸어담으며 대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이제 2타점만 더 보태면 개인통산 최다 타점 1위는 그의 타이틀이 된다. 시즌 타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올해 95타점으로 부문 공동5위에 올라 있는 이승엽은 지난해 기록한 90타점을 이미 넘어섰다. 올 시즌 그만큼 팀 기여도가 높다는 걸 뜻한다.
다음으로 바라볼 기록은 한·일 통산 600홈런이다. 이승엽은 국내 리그에서 총 43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일본 무대를 밟았던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159홈런을 기록했다. 이 홈런들을 모두 합치면 598개다. 물론 공식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이 낳은 결과이기에 존중받을 수밖에 없다.
양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이승엽, 지금껏 그래왔듯 그는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팀을 위해 뛰다보면 언제나 개인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프로야구] 사자군단, 정규 5연패 힘 사라졌는데… ‘국민타자’ 이승엽 전설은 진행형
입력 2016-08-23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