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정치는 꿈꾼다… 중도개혁·비주류·세대교체

입력 2016-08-22 04:00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확고한 현실주의자란 평가를 받는다. 그를 두고 ‘권력을 좇는다’는 당내 비판에 대해 “나는 이 당에 스스로 온 사람이 아니다. 그런 비판은 상식 이하”라며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집권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당이 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8·27전당대회를 끝으로 비대위 대표직을 내놓는 그가 본격적인 차기 주자 탐색에 나선 것도 이런 신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난 대선 후보군은 중도개혁·비주류·차세대 주자다. 하지만 그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확실하고 정직하게 변모한다면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말하며 울타리를 넓혔다.

김종인의 ‘대선 플랫폼’

김 대표와 회동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부겸 의원은 모두 비주류다. 새누리당에서도 원조 친박(친박근혜)이었다가 비주류로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과 모임을 가졌다.

세대교체 주자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꼽힌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대선주자로 손색없다”는 평가도 내렸다. 국민의당 야권 통합파인 김한길 전 공동선대위원장과 ‘안철수계’ 이상돈 의원을 만난 것을 두고는 야권 통합 역할론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공정한 경선의 필요성, 차기 주자 탐색 사실을 밝히면서도 섣부른 전망은 부인했다. 그는 21일 국민일보와 만나 “대선 레이스는 활발해야 하고 경선 효과도 있어야 한다. 후보를 제대로 만들어주려면 경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특정 계파 독식을 우려했다. 차기 주자에 대해선 “누구도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채 폼만 잡는 상태”라며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1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에 불과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내세운 ‘대선 플랫폼’론은 “우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 측은 “양극화 해소, 포용적 성장 관철, 경제민주화 신념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 시각”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의 지지만으로 이들이 ‘대권에 직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내 비주류인 데다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서다. 여권 인사를 돕는 것 역시 더민주 당적을 버려야 하는 만큼 한계가 있다. 세대교체에도 다소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세계 지도자 고령화에 대해 “밑에 세대가 자라지 않고 있다. 우리만큼 상황을 잘 모른다”고 했다.

차기 지도부 충돌 가능성

더민주 당대표는 주류 김상곤 추미애 후보와 비주류 이종걸 후보가 경쟁 중이다. 앞선 두 후보는 이미 ‘선명성 강화’를 밝혀 김 대표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당을 변화시켜야 수권정당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회의적”이라며 “비대위 대표 사퇴 후에도 계속 이야기를 하겠다. 그래도 변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은 항상 내부 반대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한 계파 일색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당내 주류를 겨냥했다. 당대표 후보군의 당내 공식 기구 역할 제안에는 “대표까지 했는데 그럴 필요없다”고 거절했다.

강준구 문동성 권지혜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