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월 이란에 보낸 현금 4억 달러(약 4460억원)의 성격을 놓고 인질 석방의 대가로 지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뜨겁다. 미 정부는 이 돈이 인질 몸값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공화당은 사실상 몸값으로 준 돈으로 밝혀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인질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금 4억 달러 수송과 인질 석방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겠다”며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확인하기 위한 지렛대로 (현금 수송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17일 풀려난 미국인 4명 중 3명을 태운 스위스항공 여객기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직후 현금 4억 달러를 실은 이란항공 화물기가 같은 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공화당은 “사실상 인질 몸값으로 준 돈이라고 시인한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는 9월 상하 양원에서 각각 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인질 석방을 위해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오바마 대통령이 어겼다”며 “테러리스트들에게 몸값을 주면 더 많은 미국인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몸값을 지불하게 된 경위를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압박했다.
벤 사스 상원의원은 “현금 지불이 인질 석방과 연계된 것이라면, 그게 바로 몸값”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앞서 WSJ는 지난 3일 오바마 행정부가 인질 석방의 대가로 지난 1월 이란에 현금 4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4억 달러는 1979년 당시 이란 정부가 무기구매 대금으로 미국에 지불했다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돌려받기로 한 17억 달러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WSJ는 18일자 기사에서 인질 석방과 현금 수송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인질 석방과 시기가 보도되자 국무부는 “지렛대로 활용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해 7월 이란 핵합의 타결 이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교섭을 벌였다. 이란은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37년 전 팔레비 정권이 미 국방부에 지급한 돈을 달려달라고 요구했다. 팔레비 정권은 1979년 공군기 도입 등의 명목으로 4억 달러를 지불했으나 이란혁명으로 축출됐으며 무기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란이 반환을 요구한 금액은 원금 4억 달러와 그동안의 이자를 합쳐 17억 달러였다. 이후 나머지 14억 달러도 모두 이란에 전달됐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4억 달러는 인질 석방 지렛대”… 美, 이란에 몸값 줬나
입력 2016-08-19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