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은 2004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화려한 왼발 뒤돌려차기로 상대에게 KO승을 거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서 회자되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다.
그랬던 태권도가 언제부턴가 재미없고 지루한 스포츠로 전락했다. 화끈한 발차기는 실종된 지 오래다. ‘닭싸움’ ‘제기차기’ ‘발펜싱’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전자호구 도입, 채점방식 변경 등의 변화를 줬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전자호구가 도입된 계기는 점수 채점 과정에서 판정시비가 오가면서부터다. 선수들은 2008 베이징대회 때만 해도 보호기능만 갖춘 호구를 착용했다. 이후 국제태권도연맹(WTF)이 전자호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2009년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올림픽에선 2012 런던대회 때 몸통 호구에 한해 전자센서가 부착됐다. 그러자 선수들은 전자센서의 접촉을 노린 변칙 공격을 시도했다.
리우올림픽부터는 몸통뿐 아니라 머리호구에도 전자센서가 부착됐다. 단순한 접촉으로 점수를 올리려는 꼼수를 막고자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이 가해져야 점수를 얻도록 설계됐다. 다만 얼굴 공격은 스치기만 해도 점수를 준다. 머리는 몸통보다 덜한 충격에도 점수를 받는다. 선수들의 얼굴이나 머리에 강한 타격이 가해졌을 때 큰 부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4년 전 런던대회 때 도입된 차등점수제에도 변화를 줬다. 다득점을 노린 단순한 머리 공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몸통 공격 1점, 머리 공격 3점, 머리 회전 공격은 4점이 주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리우올림픽에선 몸통 회전 공격에 2점이 아닌 3점을 주도록 규칙을 바꿨다. 단조로운 머리 공격은 몸통 회전 공격과 같은 점수를 받는다.
가로세로 12m의 정사각형 경기장은 가로세로 8m 정팔각형으로 바뀌었다. 공격을 피해 달아나거나 시간 때우기를 막기 위해서다. 사각지대가 사라져 도망가는 게 쉽지 않다. 또 넘어지거나 소극적인 공격을 하면 경고가 주어진다. 경고 2개를 받으면 상대 선수에게 1점을 헌납하게 된다.
태권도는 흥미를 더하고자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적극적 공격은 유효타가 아니더라도 점수를 준다거나 화려한 기술에 추가점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988 서울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화끈한 발차기로 인기를 끌었던 그때의 태권도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여전히 재미없는 태권도, 화끈한 발차기가 그립다
입력 2016-08-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