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 대상 후보군 상장사 35%… 1호 기업 9월말 탄생

입력 2016-08-16 04:02

16일 기업들의 첫 신청을 받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슬럼프에 빠진 한국 제조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 상장사 중 35% 정도를 원샷법 수혜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하반기 증시 흐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원샷법은 기업이 사업 재편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세제, 자금 지원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만성 공급과잉에 빠진 제조업 등의 체질 개선을 위해 3년 동안 시행된다. 부실기업이 대상인 구조조정과 달리 원샷법은 공급과잉 기업이 대상이다. 철강·건설·화학 업종 등이 주요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는 원샷법 시행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원샷법과 유사한 산업경쟁력 강화법으로 사업 재편을 한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과거 10년 치 재무자료를 보유한 코스피 상장사 676종목 중 335종목(49.6%)이 원샷법 후보군(공급과잉 업종)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상장사 889종목 중 37% 수준이다. KB투자증권은 전체 82개 중 24개 업종을 과잉공급 예상업종으로 선정했다.

원샷법 1호 적용 기업은 이르면 9월 말쯤 선정될 전망이다. 농기계 제작업체인 동양물산과 화학업체인 한화케미칼, 유니드 등이 1호 신청 기업으로 거론된다. 약 60일간 정부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가장 먼저 낙점될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서는 원샷법 수혜주 탐색도 조심스레 진행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중대형 지주사의 원샷법 수혜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며 한라그룹 지주사인 한라홀딩스를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부실 자회사 정리에 원샷법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LG·SK 등 지주회사도 수혜 종목으로 꼽았다. 삼성그룹 내 건설 계열사 등도 사업 재편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동양물산은 원샷법 수혜 기대감에 지난 12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원샷법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공급과잉 업종이 제한적일 수 있어 단순 기대감만으로 지주사에 접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문제가 된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만 공급을 줄였다가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샷법을 신청했다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히거나 노사분규 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 사업재편심의위원회가 경제적 관점에서만 원샷법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정치적 혹은 정부 입김이 개입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샷법 신청 희망 기업들의 컨설팅 등을 맡는 전담지원기관으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기업활력법 활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16일부터 온·오프라인 상담을 진행한다. 내용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고, 익명 상담도 가능하다. 원샷법 신청 기업이 부실기업으로 오해받거나 경영 기밀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