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복싱은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입니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포함해 메달 20개를 안겨준 효자 종목이지만 헝그리 스포츠라는 오명에 시달리며 국제대회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서글픈 현실입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한국 복서로는 유일하게 함상명(21·용인대) 단 한 명이 출전했습니다. 그나마 국제복싱협회(AIBA)가 주관하는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하고도 상위 선수의 출전 포기로 리우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래서 외롭게 싸울 것 같았던 함상명을 응원하고 취재하기 위해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리우센트루 파빌리온6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함상명은 대회 밴텀급(56㎏) 2회전에서 중국의 장자웨이와 맞붙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장을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오른쪽 한쪽에서 100명 가까이 함상명을 응원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 응원단의 배는 돼 보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국 사람과 현지 브라질 사람들이 함께 함상명의 승리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외국인들 틈바구니 사이로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한마음으로 “꼬레아, 꼬레아”를 외쳤습니다. 중국 응원단의 소리는 이 “꼬레아” 속에 완전히 파 묻혔습니다.
이런 응원을 받아서인지 함상명도 힘을 냈습니다. 중국 선수를 거세게 밀어붙였습니다. 다만 충격이 큰 펀치를 날렸지만 계속 잔펀치를 맞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리더군요.
결국 함상명은 3라운드 9분간의 사투 끝에 0대 3,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습니다. 큰 펀치를 맞았기에 중국 선수의 얼굴이 더 많이 부어올라 있었지만 경기 결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판정 결과가 나오자 경기장은 “우∼” 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그래도 함상명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그리고 열띤 응원을 해준 관중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예의를 갖췄습니다.
경기를 마친 후 믹스드존에서 함상명을 만났습니다. 함상명은 “즐기려고 여기에 왔다. 링에서 져 아쉽지만 이미 지난 것이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쁘다”고 했습니다. 또 “졌지만 후련한 경기를 했다”며 “끝난 뒤 브라질 팬들의 야유 소리가 났다. 나한테 기대를 한 것 같은데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고도 했습니다.
리우데자이루=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의 굿모닝 리우!] 복싱장 울려 퍼진 ‘꼬레아∼꼬레아∼’
입력 2016-08-15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