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83> 조커의 랭킹

입력 2016-08-15 18:38
자레드 레토

만화 속 슈퍼악당들을 실사화해 총결집시킨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슈퍼악당들을 또 다른 악과 대결시킨다는 점에서 1960년대의 흥행거작 ‘특공대작전’(1967)을 21세기 판으로 만든 듯한 게 이 영화다. 특공대작전은 사형수급 흉악범들로 특공대를 꾸려 나치 독일군을 상대로 자살임무를 수행케 한다는 내용이다. 기본적 아이디어는 같지만 영화적 재미라든지 완성도 측면에서 이 영화는 특공대작전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성공을 거둔 건 무엇 때문일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신 스틸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조커와 할리퀸을 들 수 있다. 각각 자레드 레토와 마고트 로비가 연기한 이 남녀 악당과 그들 간의 로맨스가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는 것.

이렇게 배트맨의 숙적 조커가 또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자 미국의 연예지 버라이어티는 역대 조커의 랭킹을 매겼다. 먼저 5위. 자레드 레토. 그는 일부 평자들로부터 새로운 조커를 창조했다고 칭찬받았으나 5위였다. 악당들이 득실거리는 영화에서 악당을 연기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악당을 돋보이게 하는 ‘한 방’인데 그게 부족했다는 것. 4위는 목소리 출연이다. 애니메이션 배트맨 시리즈에서 조커 목소리를 연기한 마크 해밀.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그 배우다.

3위는 다소 의외다. 팀 버튼판 ‘배트맨’(1989)을 온전히 조커의 영화로 만든 잭 니콜슨. 그는 조커 역할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악당을 창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1위를 차지했어도 모자랄 판에 ‘겨우’ 3위라니. 하긴 2위 역시 의외다. 배트맨 TV 시리즈(1966∼1968, 한국에서도 방영됐었다)의 조커 세자르 로메로. 할리우드의 베테랑 배우였던 그는 이후 모든 조커 연기의 기준을 세웠다. 그럼 1위는? 누구라도 예상했듯 ‘다크 나이트’(2008)의 히스 레저다. ‘사디즘의 순수한 즐거움’을 표현한 레저의 조커 연기는 사이코적인 고통을 즐기는 변태라는 의미에서 말런 브랜도에 필적한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