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경기와 승부를 즐기는 자만이 웃을 수 있다. 중압감의 포로가 되면 가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유도와 여자 핸드볼은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근래 들어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즐기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투혼만 앞세워선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한다. 새로운 훈련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장 투혼’만으로 유럽의 높은 벽을 넘기에는 2% 부족했다. 한국 여자 펜싱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노메달로 마감했다.
여자 펜싱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1개씩 수확하며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4년 전 20대였던 선수들은 어느덧 30대가 됐다. 남현희(35·성남시청) 신아람(30·계룡시청) 등 베테랑들을 앞세워 개인전 메달을 노렸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국제 대회를 통한 전력 노출, 런던대회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 등이 메달권 진입에 발목을 잡았다.
단체전에서는 베테랑들의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과 노련미가 빛나길 기대했다. 여자 펜싱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사브르 단체전은 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지연(28) 황선아(27·이상 익산시청) 서지연(23) 윤지수(23·이상 안산시청)가 나선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대회 5·6위 결정전에서 폴란드를 45대 41로 꺾었다.
사브르 대표팀은 앞서 열린 8강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40대 45로 져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들 중에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는 김지연뿐이었다. 김지연은 첫 번째와 마무리 주자로 나섰다. 5·6위 결정전에서는 4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여자 펜싱은 전력을 다했지만 신구조화를 이뤄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윤지수 서지연 등 어린 선수들의 가세로 다시 한 번 유럽 펜싱을 넘을 기회를 엿봤다. 특히 윤지수는 28-35로 뒤진 상황에서 무려 12점을 올려 역전을 이끌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힘 못쓴 ‘효자’들] 女 펜싱, 노장의 투혼!… 2% 부족했다
입력 2016-08-14 18:10 수정 2016-08-14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