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8시(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지역에 있는 휠라 글로벌 라운지에선 리우올림픽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교민과 현지 브라질인들이 함께 한국을 응원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여자핸드볼 한국과 네덜란드 경기였다. 교민 20여명, 현지인 80여명 등 총 100여명이 모여 열띤 응원이 펼쳐졌다.
이 중 한 한국인 청년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와 휠라 관계자들을 도와 한국 음식을 브라질 사람들에게 갖다줬고, 막대풍선을 치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국의 응원 방식도 가르쳐주고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조수아 김(사진)이라고 했다. 한국 이름은 김주회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무척 한국 발음이 서툴렀다. 통역이 있어야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올해 23세인 조수아는 부모님이 이곳에 와서 자신을 낳았으니 브라질 이민 2세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아버지는 목사, 어머니는 선교사로 1990년 가을 선교활동을 위해 이주해와 자신을 낳았다고 한다. 아마존주 마나우스에서 태어났고, 2011년부터 리우에 살고 있다. 옆에 있던 한 교민이 “조수아는 아마존에서 태어난 한국인 1호”라고 했다.
그에게 이전까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봤다. 조수아는 곧바로 “부모님의 나라로 상당히 멀리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4살 때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한 번 가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리적으로도 지구 반대편인 데다 리우 교민이 150명이 채 안 되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접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그리고 K팝과 인터넷, 게임이 발달한나라로 이곳에서 통한다고도 했다.
조수아는 “한국 사람들은 특히 인터넷 게임을 잘 한다. 브라질 젊은사람들은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다가 한국 사람들이 들어오면 겁을 먹는다”며 껄껄 웃었다.
그런데 올림픽이 열린 뒤 달라졌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고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이 TV에 비쳤다. 어머니도 그에게 최근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주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말씀해준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물어보니 ‘지하철’이라고 했다. 조수아는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한국 사람들은 지하철 안에서 노인이 서 있으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고 했다”며 “이 말을 듣고 처음엔 신기했지만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야외 응원이 시작된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에게 한국의 응원 문화도 배웠다.
때마침 옆에서 조수아가 가르쳐준 응원 구호를 하며 경기를 즐기고 있는 한 브라질 여성에게 물어봤다. 나이지 디 페티나 오티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한국식으로 응원하니 참 재미있다. 이제부터 내가 응원하는 나라는 브라질 다음으로 한국”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조수아는 자신이 대견한 듯 환히 웃었다.
이런 응원이 조수아에게도 반갑다. 그는 “이전까지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그다지 느껴본 적 없다”면서 “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더 많이 알고, 이렇게 응원까지 하니 내가 진짜 한국인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 가지 꿈도 생겼다고 한다. 언젠가 한국을 여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 가서 한두 곳이 아닌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의 굿모닝 리우!] “올림픽을 통해 내가 진짜 한국인임을 느꼈다”
입력 2016-08-1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