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주택 보유자의 노후대비용으로 도입한 ‘내집연금 3종세트’가 내년부터는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증을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10일 “주택연금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어 적정 보증배수를 유지하려면 정부 출연이 필요하다”며 “특히 1억5000만원 이하 저가주택 소유자에게 연금을 8∼15% 더 주는 우대형 상품의 리스크 관리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출시된 ‘내집연금 3종세트’는 만60세 이상 주택 보유자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40, 50대들이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다가 주택연금으로 갈아타면 최대 0.3% 포인트 우대금리 혜택을 주는 ‘사전예약 보금자리론’, 1억5000만원 이하 저가주택 보유자들에게 연금 지급액을 최대 15% 늘려주는 ‘우대형 주택연금’으로 구성돼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올 상반기 5317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3065명보다 73% 이상 늘었다. 인구고령화에 저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집을 물려주기보다 노후자금으로 쓰려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주택금융공사의 늘어난 보증 부담이다. 공사가 보증할 수 있는 적정배수는 14.7배다. 1억원이 있으면 14억7000만원까지 주택연금 가입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2015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특별한 재원대책 없이 ‘내집연금 3종세트’가 도입돼 추가 지출소요가 발생하면 주택연금계정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대형 주택연금의 경우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수도권 주택 보유자 가입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주택연금이 위축되면 저소득층에 노후연금 혜택을 더 얹어주겠다는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크다.
주택금융공사가 내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추가 재원은 500억원가량이다. 올해까지는 주금공 자체자금 100억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공급물량을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위는 추가재원을 내년 예산에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금융공사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위가 주택금융상품을 출시할 때 보증재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가계부채 위험을 낮추는 차원에서 안심전환대출(은행권의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것)을 출시할 때도 주금공을 활용했다. 당시 주금공이 적정 보증배수(35배)를 초과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한국은행이 2000억원을 출자해 보증재원을 늘려줬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기획] 예산 때문에… ‘내집연금 3종세트’ 내년 공급 차질 빚나
입력 2016-08-11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