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안바울(22)은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36)를 보며 유도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중학교 2학년생이던 2008년 최민호는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 60㎏급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두 한판으로 메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루트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를 다리잡아메치기로 쓰러뜨린 결승전은 단연 압권이었다.
동메달을 겨우 손에 넣었던 2004 아테네올림픽의 불운을 극복하고 4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뒤 울음을 터뜨린 최민호가 안바울에겐 그렇게 멋질 수 없었다. 그에게 최민호는 선배 이상의 존재, 바로 영웅이었다. 안바울은 최민호처럼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안바울이 선택한 체급은 최민호와 같은 60㎏급이었다. 남자유도 최경량급으로 체중관리가 쉽지 않지만 최민호의 역사를 따르겠다고 생각한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체급에는 최강자 김원진(24)이 있었다. 안바울은 용인대 재학 시절 김원진에게 번번이 가로막혀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안바울은 2013년 겨울 체급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평소 62㎏ 전후 체중을 유지했던 안바울은 매일 식사를 5끼씩 먹으면서 몸집을 불렸다. 그렇게 체중을 4㎏ 늘리고 2014년 국가대표의 훈련 파트너 자격으로 태릉선수촌의 문을 열었다. 한국 남자유도 66㎏급에 혜성 같은 신예가 나타난 순간이었다.
안바울은 불과 1년 만인 2015년 국가대표 1진으로 올라섰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국가대표 선배들로부터 지도를 받고 대련하면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최민호 코치의 주특기인 양팔업어치기도 단숨에 연마했다. 그해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어느새 66㎏급에서 안바울보다 강한 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안바울은 이 체급 세계랭킹 1위다.
안바울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은 확실해 보였다. 안바울은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유도 66㎏급에서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달려갔다. 32강과 16강에서 모두 한판승을 따내고 8강에서 절반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앞서 2전 전패 당했던 ‘천적’ 에비누마 마사시(26·일본)를 상대로 복수까지 성공했다. 에비누마와의 4강전에서 지도 1개씩을 받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연장전에서 유효승을 거뒀다.
하지만 에비누마와의 혈투는 결국 상흔을 남기고 말았다. 왼쪽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팔꿈치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왼팔 기술을 주로 사용하는 안바울에겐 치명상이나 다르지 않았다.
안바울은 세계랭킹 26위 파비오 바실레(22·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통증을 안고 매트에 올랐다. 그리고 통한의 한판패를 당했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최민호가 그랬던 것처럼 4년 뒤를 바라봤다. 안바울은 경기를 마치고 “팔꿈치가 아팠지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극복해야 했다”며 “올림픽은 축제 아니냐. 즐기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또 “4년 뒤(도쿄올림픽)에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천적’에 힘쏟다 부상… 결승서 통한의 패배
입력 2016-08-0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