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이 바빠진 걸까.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 관련 언급에서 다급함이 느껴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TK) 의원 면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와 관련해 “성주군이 새로운 지역을 추천한다면 면밀히 검토, 조사하겠다. 또 그 결과를 상세하게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경북 성주군민의 반발, 정치권 논란 등을 고려한 민심 청취이자 소통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의 말 그대로이며, 확대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언급은 혼선을 초래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 자체로 보면 확정된 부지 외에 다른 부지 역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과 이틀 전 국무회의에서 “저도 가슴 시릴 정도로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 이제 제게 남은 소명은 국가와 국민을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라며 소명론을 설파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성주군 내 다른 장소에 이미 ‘부적합’ 판정을 내린 상태다. 부지 변경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인 셈이다. 실제 다른 부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청와대는 “성주군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다른 지역도 정밀하게 조사해 알려드리겠다는 취지”라면서도 사드 부지가 재검토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통치행위다. 대통령의 현장 행보나 발언은 따라서 정교하고 치밀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바뀔 수 없는 문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했던 박 대통령이 혼선의 주체가 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비슷한 일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신년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핵 6자회담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그 대안으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제안했다. ‘5자회담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언급한 것이다. 직후 외교안보 부처 내에선 박 대통령의 언급을 놓고 여러 말이 오갔다. 박 대통령의 언급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자 청와대는 “6자회담 틀 내에서 5자 간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중 등 소다자 협의의 확장적 개념 차원에서 5자회담을 언급한 것이라는 취지지만, 결국 미국 중국의 거부로 이어졌다.
특히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박 대통령의 초조함이 분명히 읽힌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했고, 의원 면담에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고 밤잠을 못 잤다”고 했다. 이는 집권여당의 기반인 영남에서 사드 등 문제로 지지율이 불안정한데 따른 언급일 수 있고, 집권 4년차에도 뚜렷한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북한발 안보 위기에 끌려가는 상황에 대한 다급함일 수도 있겠다. 더욱이 최근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의 ‘한국 때리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론 결집을 해도 모자란데, 지역 및 정치권의 갈등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박 대통령은 ‘민심 달래기’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듣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사드 문제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직접 성주 군민들을 만나 필요성을 설명하고, 불안감 등 우려 사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정책 현장 방문 등 민생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대 민생 현장인 성주를 한 번 찾는 것은 어떨지.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
[뉴스룸에서-남혁상] 박 대통령 다급해졌나
입력 2016-08-07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