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8시(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테 노바 아레나에서 열리는 한국과 피지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C조 조별예선 1차전. ‘신태용호’의 첫 경기인 동시에 한국 선수단의 공식 첫 경기이다. 한국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시원한 소나기 골을 퍼부으며 이기면 더 좋다. 2012 런던올림픽(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 한국은 피지와 독일(8일 2차전), 멕시코(11일 3차전)와 같은 조에 묶였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오를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187위인 피지는 이번 올림픽에 나선 16개 팀 가운데 최약체다. 본선에 진출한 것도 행운이었다. 올림픽 예선 결승 상대였던 뉴질랜드가 준결승에서 부정 선수를 기용한 사실이 드러나 몰수패를 당한 덕분이었다. 피지의 결승전 상대는 바누아투로 바뀌었고, 피지는 승부차기 끝에 바누아투를 꺾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현재 피지는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두 선수가 술판을 벌여 대표팀에서 쫓겨난 것이다. 피지는 선수 한 명만 불러 총 17명으로 올림픽을 치르기로 했다.
신태용 감독은 피지전에서 다득점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C조 1,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독일 멕시코와 골득실을 따져야 할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2승1패를 기록하고도 골득실에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신태용호는 3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마노엘 바하다스 스타디움에서 약 2시간 동안 훈련을 실시했다. 초반 60분 훈련은 공개했지만 후반부 훈련은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했다. 신 감독은 “비공개 훈련에서는 세트피스와 상대의 내려서는 수비에 대비한 뒷공간 침투와 세밀한 플레이를 가다듬었다”고 설명했다.
피지전의 최전방 원톱으로는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석현준(25·FC 포르투)이 이라크와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흉부 타박상을 입어서다. 황희찬은 스웨덴과의 평가전(3대 2 승)에서 석현준을 대신해 원톱으로 선발 출장해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 능력과 빠른 스피드를 뽐냈다. 전반 41분 기가 막힌 돌파로 문창진(23·포항)의 추가골을 이끌어 낸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황희찬은 이날 훈련에 앞서 “개인적인 골 욕심을 내기보다는 팀이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좋은 플레이를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내가 사이드로 많이 빠져 수비수들이 뒤로 처지게 만들면 2선에서 올라올 공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형들의 장점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찬이 최전방과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 주면 스웨덴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문창진(23·포항)과 후반 추가골을 넣은 류승우(23·레버쿠젠), 멀티 플레이어 권창훈(22·수원삼성) 등 화끈한 2선 공격진이 무더기 골을 터뜨릴 수 있을 전망이다.
대표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는 손흥민(24·토트넘)은 “이런 큰 대회는 첫 경기에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다”며 “피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모른다. 초반부터 피지가 아무 것도 못하게 압도하면서 선제골을 넣는 게 목표”라고 전의를 다졌다.
당초 신 감독은 손흥민 없이 피지전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아 후반 조커로 출장시킬 계획이다.
한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기는 피지전이 아니라 독일전이다. 신 감독은 “독일전이 조별리그 최대 분수령이다. 이 경기에 올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대진 일정이 좋다. 피지를 상대로 어느 정도 전력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과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는 첫 경기부터 이기기 위해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한국은 두 팀의 전력을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영국언론 BBC는 올림픽 축구 프리뷰에서 우승 후보로 개최국 브라질과 함께 독일, 멕시코를 꼽았다. BBC는 멕시코를 ‘우승 0순위’ 브라질의 까다로운 대항마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고, 독일은 강호(strong team)라고 지칭하며 전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男축구, 5일 아침 ‘신의 전술’ 보여줄게
입력 2016-08-03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