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격화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울산·경남 지역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2분기에만 약 2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내년까지 5만여명이 실직할 것으로 전망되며, 고용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을 잃은 뒤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됐습니다. 당장은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너무 걱정되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합니다. 빨리 재취업하고 싶습니다.” 경남의 한 조선업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 실직한 김모씨 얘기다. 김씨는 벌써 수개월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감감 무소식이라고 한다. 이젠 조선업체가 아니더라도 아무데나 불러주는 데만 있으면 가겠다고 하는데 참 안타깝다.
예기치 못한 실업은 누구에게나 고통이다. 설상가상으로 저축해둔 것이 없다면 당장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이번에 정부가 추경을 결정한 주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구조조정으로 직접 타격을 입은 조선업체 종사자와 조선업 밀집지역 주민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게 금번 추경의 주된 목적인 것이다.
이번 추경을 통해 정부는 조선업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지원대상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제공한다. 1만명 규모의 핵심인력은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도록 지원한다. 숙련인력 5000명에 대해서는 석유화학, 플랜트 등 관련 업종으로 이직해 기술을 유지·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3만5000여명에 대해서는 취업성공 패키지, 전직훈련 등 1대 1 맞춤 지원을 통해 재취업을 촉진한다. 한편 거제, 영암 등 지역이 조선업에 치우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관광, 서비스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도록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도 추가 반영했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청년층의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 가상현실(VR) 콘텐츠, 게임산업과 같은 유망산업을 육성하고 공공일자리를 확대하며 창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실업자 훈련 대상에 대학 4학년을 신규로 추가하는 등 직업훈련도 확대한다. 또한 주소득자의 실업으로 늘어난 위기 가구와 저소득 가구에 대한 긴급복지와 생계급여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구조조정과 실업의 고통은 크지만 과거 스웨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국민·정치권이 합심해 산업구조와 경제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최근 재조명받는 스웨덴 말뫼 지역은 1980년대 이후 조선업이 몰락하며 한때 2만8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친환경, IT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 결과 2000년 이후 6만3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새로 만들어진 기업만도 2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도 금번 추경을 통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도모해 나가고자 한다.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가능한 빨리 추경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회 통과 즉시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다. 추경은 타이밍이다. 하루라도 빨리 실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따뜻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기고-송언석] 일자리·구조조정用 추경 시급
입력 2016-08-03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