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개봉 전 주말 스크린 수백개 장악… 박스오피스 1·2위 대형배급社 ‘유료 시사회’ 꼼수 논란

입력 2016-07-19 04:20
지난 13일 개봉에 앞서 유료 시사회를 통해 변칙 상영된 ‘나우 유 씨 미2’(왼쪽)와 20일 개봉을 앞두고 역시 변칙 개봉된 ‘부산행’의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NEW 제공

직장인 김재석(28·서울 영등포구)씨는 지난 15일 집 근처 극장을 찾았다. 뜻밖에도 20일 개봉 예정인 ‘부산행’이 상영되고 있었다. 정식 예정일보다 먼저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김씨는 선뜻 표를 끊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좌석은 거의 매진이어서 앞쪽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김씨가 본 ‘부산행’은 특별한 기회가 아니었다. 15∼17일 사흘 동안 김씨처럼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부산행’을 본 관람객은 55만9059명에 달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부산행’은 15일 425개 스크린에서 11만9763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16일에는 431개 스크린에서 21만8997명으로 3위, 17일에는 428개 스크린에서 22만290명으로 2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은 56만1050명으로 매출액 점유율 19.3%를 기록했다. 개봉 전 흥행 대박 수준이다.

작은 영화들을 밀어내고 스크린을 장악한 메이저 배급사의 대규모 유료 시사회에 대해 변칙 개봉 논란이 일고 있다. 4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유료 시사회를 실시하고 개봉 전에 박스오피스 상위에 랭크된 것은 전례가 없다. 영화사들이 일주일이나 앞당겨 유료 시사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계 관계자는 “개봉 전 ‘이미 몇 십만명 돌파’라는 성적과 입소문으로 개봉 때 흥행에 탄력을 받으려는 메이저 배급사의 꼼수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행’보다 한 주 앞서 ‘나우 유 씨 미2’(13일 개봉)도 9∼10일 주말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9일 412개 스크린에서 9만2948명, 10일 407개 스크린에서 10만1809명을 불러들여 박스오피스 3∼4위에 랭크됐다. 개봉 하루 전인 12일에는 653개 스크린에서 10만4574명을 모으며 1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개봉 첫 주말인 15∼17일 1200개 스크린에서 107만9853명을 불러 모았다.

두 영화의 스크린 사전 장악으로 중소 규모 영화들은 이만큼의 상영 기회를 놓쳤다. ‘더 웨이브’ ‘데몰리션’ ‘나의 산티아고’ ‘불의 전차’ 등 다양성 영화들은 스크린이 줄어들어 새벽이나 심야시간에 교차 상영되는 바람에 울상을 지어야 했다.

‘나우 유 씨 미2’를 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와 ‘부산행’의 배급사인 NEW(뉴)는 “흥행을 노린 변칙 개봉”이라는 여론에 “사전 관객 모니터링 목적의 유료 시사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봉 날짜를 지키지 않고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여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영화인은 “배급사의 불공정한 플레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