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뒤에 대통령” 운운… 총선 예비후보자 회유·협박

입력 2016-07-18 21:37 수정 2016-07-19 00:15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지난 4·13총선 공천 때 한 예비후보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회유·협박한 녹취 파일이 18일 공개돼 당이 발칵 뒤집혔다. 윤 의원이 ‘교통정리’를 시도한 곳이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고심 중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경기 화성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TV조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윤 의원은 예비후보인 김성회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형 빠져야 된다. 거긴 아니라니까.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서청원 최경환 현기환 의원 막 완전 핵심들 아냐”라고 말했다. “까불면 안 된다” “형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 내가 형에 대해서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라는 협박성 발언도 담겨 있다. 윤 의원에 이어 최경환 의원도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라고 지역구 변경을 종용했다. 최 의원은 “VIP(대통령) 뜻이 확실한 거냐”는 질문에 “그럼. 옆(지역구)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것이고”라고 답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지역구를 옮겼다가 경선에서 떨어졌다. 이와 관련, 최 의원 측은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상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가라고 최 의원이 권유한 취지였다”고 했다. 윤 의원은 19일 사드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김진태 의원으로 교체됐다.

친박 핵심 두 의원의 녹취 파일은 전당대회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공개된 총선 백서를 두고 ‘맹탕 백서’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는데, 친박의 공천 개입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2선 후퇴론이 힘을 받게 됐다. 서 의원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출마가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예정됐던 서 의원 지지 모임인 청산회 만찬도 취소됐다. 서 의원 측은 “출마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친박 핵심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불출마로 사실상 결정됐다”고 했다. 홍문종 의원은 “캠프도 해산하고 사무실 계약도 취소했는데 당권 도전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비박계 당권 주자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은 “친박 실세란 사람들이 ‘진박’(진실한 친박) 놀음도 모자라 자유로운 출마 의사를 막는 협박에 가까운 일을 한 것이 드러났다”며 “형사적으로 처벌할 사유가 있다면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진실을 밝혀 달라”고 했다. 정병국 의원도 “핵심 친박 인사들의 이런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이제야 베일의 일부를 벗은 것”이라고 했고, 김용태 의원도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막장 공천의 깃털에 불과하고 몸통은 따로 있음이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