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男 골퍼, 일본 그린 평정한다

입력 2016-06-29 21:54

한국 남자 프로골퍼들이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를 평정하고 있다. 월등한 실력으로 일본 무대를 점령하는 것은 좋지만, 그 이유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침체 때문이라는 점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 남자 프로골퍼들은 올 시즌 JGTO 9개 대회에서 6승을 합작했다. 개막전인 싱가포르 오픈에서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첫 스타트를 끊었고,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는 벌써 3승을 거뒀다. 조병민(26·선우팜), 박준원(30·하이트진로)도 각각 간사이 오픈과 ISPS 한다 글로벌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중 송영한과 조병민, 박준원은 일본 투어 첫 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 시즌 JGTO 투어 상금왕인 김경태는 올 시즌에도 현재까지 총 8411만130엔(9억5674만원)의 상금을 획득, 2위인 이케다 유타(31·일본)를 두 배 가량 제치고 독보적 1위에 올라 있다. 이밖에 박중원과 송영한이 각각 4, 5위에 올라있는 등 일본 투어 상금 5걸에 무려 3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해 있다.

한국 남자 골퍼들은 지난해 JGTO 투어에서 9승을 합작하며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금 페이스라면 지난 시즌 9승도 가뿐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현상이 한국 선수들의 KPGA 투어 ‘엑소더스(Exodus)’ 현상 때문이라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는다. 국내 대회 침체로 투어 수입으로는 생계조차 힘들어지자, 선수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PGA 투어는 6월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끝으로 두 달이 넘게 대회가 없다. 다음 대회는 8월 28일에 열리는 제59회 KPGA 선수권대회다.

KPGA 투어는 해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2011년 18개 대회가 열렸지만 2012년 14개로 대폭 줄어들었고, 지난해부터는 13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상금도 작다. 지난달 중순 열렸던 KPGA 투어 매일유업 오픈의 총상금은 3억원이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열렸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총상금은 그보다 배 이상 많은 7억원이나 됐다. 일본투어는 우리 남자 투어보다 상금이 훨씬 더 많다. 박준원이 우승한 ISPS 한다 글로벌컵의 총상금은 1억엔(11억원)이다.

이에 대부분의 한국 남자 골퍼들이 일본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많은 동료들이 함께 뛰기 때문에 일본 무대는 상대적으로 적응이 쉽다는 점도 있다. 2011년 19명이었던 한국의 일본 투어 시드권자는 올 시즌 29명으로 늘었다. 올해엔 박준원과 조병민 외에 KPGA 투어 최연소 선수 임성재(18), 주흥철(35·비스타케이호텔그룹), 강경남(33·리한스포츠), 이창우(23·CJ오쇼핑), 유송규(20), 한승수(30) 등 8명이 일본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JGTO 투어 세가 삼미컵에는 27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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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