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인 삼성중공업에 이어 삼성물산이 추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하는 등 삼성 계열사들의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해외 건설사업장의 손실이 누적되는 데다 수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설부문 인력을 계속 줄여야 하는 처지다. 두 회사에서 인력이 추가로 줄면 삼성 5개 계열사의 올 상반기 인력 감축 규모가 50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7일 대리급 이상의 희망퇴직 절차와 조건을 부서장들에게 알리는 메일을 전달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통합 이후 인력이 중복되는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 초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800여명이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해 못지않은 인력이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퇴직이 잇따르면서 건설부문 인력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0% 이상 줄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392명이던 건설부문 인력은 지난해 말 7952명으로 줄어든 뒤 올해 1분기에는 7503명으로 총 889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전체 인력이 1만2501명에서 1만1473명으로 1028명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건설부문의 인력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부문 인력 감축은 합병으로 인한 인력 중복 문제도 있지만 해외 건설 현장의 손실 확대가 더 큰 요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호주 로이힐 마이닝 프로젝트에서만 약 1조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호주 서부 필바라 지역 철광석 광산 개발 사업 중 플랜트, 철도, 항만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56억5000만 호주달러(수주 당시 환율 기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공사가 중단된 카자흐스탄 발하쉬 발전소 관련 우발채무 1500억원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삼성물산이 50% 지분을 갖고 있는 카타르 도하 지하철 역사 건설 프로젝트 역시 지난달 공사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올 초 희망퇴직한 삼성물산의 한 직원은 “사업부문을 매각하려고 해도 규모가 크고, 건설경기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 유지가 힘들어 기존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부문 인력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사원, 대리급 등 젊은 인력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에 주택사업부 매각설까지 끊이지 않자 더 늦기 전에 재취업하거나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사내 커플의 경우 부부가 동반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사원, 대리급에서 위로금을 받고 재취업 준비를 하거나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외에 삼성중공업도 지난 15일 올해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힘에 따라 올 상반기 삼성그룹 계열사의 희망퇴직 규모가 5000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5개사의 1분기 기준 인력은 지난해 말보다 2800여명 축소됐다. 다른 계열사의 추가 인력 감축이 단행될 경우 5000명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경제뉴스]
☞
☞
☞
☞
삼성은 감원 중… ‘물산’ 올 두번째 희망퇴직 돌입
입력 2016-06-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