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무대… 한국은 ‘햄릿’을 좋아해

입력 2016-06-19 17:58 수정 2016-06-19 22:06
영국 국립극장(NT)의 '햄릿'
극단 백수광부 '햄릿 아비'
덴마크 리퍼블리크 시어터&타이거릴리스 '햄릿'
극단 브레드히트-사무엘바게뜨 '짐승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인 올해 전 세계적으로 그의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1년 내내 50편 가까운 셰익스피어 작품이 공연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햄릿’이다. 이미 공연됐거나 계획이 확정된 것만도 13편에 이른다.

햄릿 열기를 처음 지핀 것은 지난 2월 국립극장에서 영국 국립극장(NT) 라이브로 선보인 연극 ‘햄릿’이다. 영국 인기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타이틀롤을 맡은 이 작품은 지난해 NT의 히트작으로 국내 6회 상영분이 동이 났다. 이어 3월에는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해석한 ‘셰익스피어 뒤집多’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중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 ‘어둠 속의 햄릿’과 극단 브레드히트-사무엘바게뜨의 ‘짐승가’가 ‘햄릿’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을 잔혹 스릴러로 풀어낸 ‘짐승가’는 초연 당시 호평을 얻어 최근 앙코르 공연됐고, 8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있다.

4월 서울연극제에서는 극단 백수광부의 ‘햄릿 아비’가 대상, 연출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6월에는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인 유라시아 셰익스피어극단의 ‘햄릿’과 극단 파종잡담의 ‘WAKE UP, 햄릿’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하반기에도 햄릿을 자주 만나게 될 예정이다. 7월에는 이윤택과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인 ‘햄릿’, 고(故) 이해랑 선생을 기리는 신시컴퍼니의 연극 ‘햄릿’, 대구국제호러연극제에 참가하는 대만 왕모린&블랙리스트 프러덕션의 ‘햄릿머신 해석학’이 대기 중이다. 특히 신시컴퍼니의 ‘햄릿’은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했던 박정자, 손숙, 유인촌, 윤석화 등 원로배우 9명이 출연할 예정이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성인 햄릿과 소년 햄릿의 심리를 교차한 연극열전의 ‘햄릿 더 플레이’(8월), 서울시극단이 국내 버전으로 번안한 ‘함익’(9월), 덴마크 리퍼블리크 시어터&타이거 릴리스의 음악극 ‘햄릿’(10월), 햄릿의 고뇌를 몸짓으로 풀어낸 서 발레단의 창작발레 ‘햄릿-구속과 해탈 사이’(11월)가 이어진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어머니와 삼촌의 결혼, 연인의 아버지 살해 등 가혹한 운명 속에서 고뇌하는 덴마크 왕자의 이야기를 다룬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37개 희곡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비중이 유난히 높은 편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공연으로 제작된 400개의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25%인 101편이 ‘햄릿’이었을 정도다. 올해도 다른 나라에서 ‘햄릿’이 공연되는 것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이현우 순천향대 영문과 교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햄릿의 고뇌가 우리 민족의 고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햄릿’을 자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며 “1910년 ‘햄릿’이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국내에 처음 소개된 후 지금까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독재시대, 민주화와 IMF, 빈부격차 등 시대가 바뀌어도 힘겨운 환경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명대사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시대에 따라 ‘햄릿’을 풀어내는 방식이 바뀌는데, 1990년대부터 무대 위에 제의적 요소를 많이 가져온 것이 두드러진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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