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식 롯데 수사 ‘딥스로트’ 누구냐… 비밀금고·금전출납부·신격호 재산 목록 등 줄줄이

입력 2016-06-18 04:00

검찰의 롯데 비리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일 1차 압수수색을 출발 신호로 비밀금고, 임원 인척의 집 등에서 회장 일가의 재산목록이 담긴 서류뭉치와 금전출납부 및 30억원대 현금다발 등 비자금 수사의 중요 단서들을 찾아냈다. 검찰의 신속 행보 뒤에는 ‘딥스로트’(내부 제보자)의 조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수사 착수 이후 롯데그룹 정책본부 소속 이일민(57) 전무를 연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전무가 검찰 신문에 적어도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 전개에 어느 정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내부 조력자인 셈이다.

그는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을 거쳐 2008년부터 비서실에서 신동빈(61) 회장을 보좌했다.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62)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의 지난해 경영권 분쟁 때는 잠시 신격호(94) 총괄회장 비서실장으로도 있었다. 신 총괄회장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비서실 류제돈(56) 전무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도 여러 차례 있었다. 류 전무는 신 총괄회장을 24년간 수행한 김성회(73) 전 비서실장 때부터 총괄회장 부속실에서 근무했다. 검찰은 이, 류 전무가 회장 가족의 베일 속 자산에 가장 근접한 임원들인 것으로 본다. 두 전무는 사돈관계이기도 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른바 ‘형제의 난’ 와중에 주요 보직에서 밀려났거나 해임된 임직원 중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동주 회장 측이 직간접적으로 내부 제보자 역할을 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은 즉시 귀국해 해명하라”며 동생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과거 재벌총수 수사에서도 해당 그룹 내부 출신자들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3년 5월 CJ그룹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이재현(56) 회장 집무실이 있는 CJ 경영연구소와 인재원 등을 정밀 공략했다. 이 회장 차명재산을 관리했던 전직 재무팀장은 회장 집무실과 연결되는 전용 계단의 존재와 비밀금고 위치 등을 검찰에 소상히 알려줬다고 한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때도 회사에서 해임된 직원의 제보로 벽장 속에 숨겨진 금고를 찾아내 기선을 제압했었다.

한 검찰 간부는 17일 “롯데수사팀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의 역풍 등을 감안해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려 할 것”이라며 “내부 제보자의 조력이 중요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16일 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으로 있으면서 신 회장 일가의 자금도 관리했던 채정병(66) 롯데카드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채 사장 후임인 이봉철(58) 현 지원실장도 함께 조사받았다. 검찰은 정책본부가 지난 4월부터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지시한 ‘윗선’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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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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