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어찌 무뎌지랴 72세 할머니 가슴 쿵쾅…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입력 2016-06-15 19:13 수정 2016-06-15 21:47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한 장면. 극 중 윤여정(왼쪽)은 50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 주현에게 설렌다. tvN 제공

우리는 노인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어른과 꼰대를 격하게 오가는 그들의 모습을 멀찍이 떨어진 채 팔짱끼고 지켜보는 것으로는 노인들의 삶을 알 수가 없다. 아직 그 지점에 닿아보지 못했기에 지레짐작으로 판단을 하다 보니 종종 헛다리를 짚는다.

노인들에 대한 보통의 짐작이 어느 정도 맞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못 짚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다. 60∼80대 노인들이 주인공인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다.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노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폭풍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늙어가지고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면서…”

교통사고를 내고 무섭다며 도망치려고 하는 나문희(문정아 역)와 김혜자(조희자 역)에게 고현정(박완 역)은 이렇게 화를 낸다. 아마 젊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해봤을 생각, 내뱉었을 말일 게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간밤에 늙은이들이 가만히 집에 죽으로 있지, 뭐 한다고 차를 끌고 나가서 난리야. 내가 그 나이 먹었으면 오늘 죽어도 억울할 거 하나 없겠네. 늙어가지고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뻔뻔스러워 정말.”

이 말은 옳은가, 그른가. 극 중 박완은 하루도 못 가 이 말을 후회했다. 두 노인이 자수를 결심했다는 전화를 받고는 죄스러운 마음에 빠져든다. 박완의 대사다.

“이모들은 뻔뻔하지 않았다. 감히 칠십 평생을 죽어라 힘들게 버텨온 이모들을 어린 내가 다 안다고 함부로 잔인하게 지껄이다니. 내가 몰라 그랬다고, 정말 잘못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박완의 말대로 누군가의 평생에 대해 한 두 마디로 평가할 수는 없다. 예순이 넘고, 일흔을 지나, 여든에 이르러도 삶은 계속된다. 천년만년 살겠다고 욕심을 내는 게 아니었다. 늙어도 죽음은 무섭다. 늙는다고 감정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감정이 싹트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드라마는 그런 노인의 삶을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다.

70대의 정아가 아흔이 넘은 엄마를 떠나보내고 우는 모습도 시청자들을 울렸다. 박완의 내레이션처럼 “아무리 오래 살고 세상 경험이 많더라도 엄마를 잃는 경험은 한 번 뿐”이라는 것을, 늙은 딸이 늙은 엄마를 보내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슬픈 일임을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꼬마야” 불러주는 남자에게 설레는 72세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의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자꾸만 자기를 “꼬마야”라고 부른다. 이 말을 듣는 72세 할머니는 사랑에 대해 무뎌질 대로 무뎌져서 아무렇지도 않을까.

50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 주현(이성재 역)의 작업 멘트(?)인 “꼬마야”는 드라마 속 희자를 설레게 한다. 13남매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혼자 살아 온 65세의 윤여정(오충남 역)도 “꼬마야”라고 부르는 성재에게 설렘을 느낀다.

늙었다고 사랑이 끝나는 게 아니다. 늙은 사랑에도 마음을 주고받는 데 용기가 필요하고, 질투와 밀고 당기기도 존재한다.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차인 충남은 희자와의 여행을 도와달라는 성재에게 이렇게 말한다. “둘이 주연이고, 내가 조연이냐? 내가 만만해? 내 인생은 내가 주연이야. 누가 누굴 거들래?” 이런 대사가 20∼30대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 전용 멘트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노인들의 삶과 사랑을 다루는 방식이 작위적이지 않은 이 드라마에 박수를 보낸다. 베테랑 배우들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도 몰입을 거든다. 시청률은 4.5%(닐슨코리아)로 높지 않지만,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