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진작가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

입력 2016-05-22 19:11
프랑스 사진작가 프랑소와즈 위기에가 찍은 서울의 모습. 홍대 주차타워를 담은 ‘낮풍경’, 콜라텍에서 만난 할아버지를 찍은 ‘콜라텍’.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 인근 어르신들의 ‘콜라텍’을 아시는지. 콜라텍은 젊음의 거리 홍대의 문화였다. 그런데 한국인도 관심을 두지 않는 성인 콜라텍 문화가 서울을 탐험하던 이방인의 시선에 포착됐다. 프랑스 원로 여성 사진작가 프랑소와즈 위기에(73)의 눈에 비친 서울은 그렇게 우리가 지나치거나, 혹은 애써 무시하는 서울의 표정이다. 어둡고 남루하거나 혹은 불안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위기에는 프랑스 3대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사진기자 출신이다. 1982년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서울을 찾은 적이 있다. 한국을 다시 찾은 건 지난해다. 프랑스 정부가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교류전을 하면서 작가를 선정할 때 지원했다. 2012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중산층 가족에 대한 사진 작업을 할 때 그곳에서 거세게 불던 한류를 실감했고, 서울의 지금 모습이 궁금했다. 동남아 사람들은 K팝과 K드라마 뿐 아니라 화장품, 식기, 인테리어까지 한국을 따라할 정도였다.

K팝이 큰 관심사였지만 아이돌의 연습 장면을 찍는 건 연예기획사의 허가를 얻지 못했다. 대신 종로구의 숙소 주변 풍광이 들어왔다. 성인 콜라텍도 그때 알게 됐다. 화사한 꽃무늬 옷의 환갑을 넘긴 어르신들이 짝을 지어 스텝을 밟는 꿍짝꿍짝의 무대 뿐 아니라 그들의 삶도 만났다. 한국전쟁의 잔해를 딛고 억척스레 살아왔지만 여전히 남루하게 살 수밖에 없는 주름진 얼굴의 그들을 보며 “지금 세대는, 국가는 노인세대를 기억해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종로의 포장마차에서 일하는 사람들,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사람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가 본 서울은 광고가 넘쳐났다. 잔상이 남아 잠을 못 이룰 정도. 서울지하철 삼성역의 광고판 풍경이 대표적이다. 홍대인근 기계식 주차타워에 차들이 양계장 닭처럼 들어앉은 모습은 위태하고 불안하게 다가온 오늘의 서울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걸그룹 ‘라붐’, 알록달록 옷을 입은 팬들의 모습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찍은 중산층 가족 시리즈의 연장으로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아파트 사람들도 담았다.

그렇게 2년 동안 찍은 사진을 모은 ‘서울-엘레지전’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의 빈민촌, 낮과 밤의 풍경, K-팝, 가족, 콜라텍 등 현재의 모습과 함께 1982년을 주제로 작업한 사진 등 126점이 전시된다. 29일 종료되니 우리의 모습이면서도 낯설어 보이는 서울을 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