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미소’… 유통업 종사자 89% “회사 요구대로 감정 표현”

입력 2016-01-26 21:29
유통업 종사자 상당수가 ‘감정을 숨기고 미소를 지어야 하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백화점·할인점·면세점 등 유통업 종사자 3470명을 설문조사했다. 사업장 114곳의 노동환경과 이용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도 벌였다.

그 결과 유통업 종사자 상당수가 감정을 숨긴 채 일하고 있었다(국민일보 1월 22일자 11면 참조). 조사 대상의 96.1%가 ‘의식적으로 고객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회사 요구대로 감정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응답도 89.3%나 됐다.

업무 특성상 오랜 시간 선 채로 고객을 응대하다 보니 건강도 위협받고 있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44.7%가 목·어깨·다리 등 근골격계 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최근 1년간 업무상 질병 진단을 받은 비율도 31.0%나 됐다. 질환별로는 방광염이 17.3%로 가장 많았고, 족저근막염 7.3%, 우울증 7% 순이었다.

이런 실정에도 고용안정성은 매우 낮았다. 51.5%가 임시근로자, 9.8%가 일용근로자로 일하고 있었다. 월평균 임금은 137만원에 불과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