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는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채 정부의 부양책에 의존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에 한참 못 미쳤고, 분기 성장률도 0%대로 다시 후퇴했다.
◇부양책 총동원해도 저성장 고착화=지난해 2분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2% 감소했고, 분기 경제성장률도 0.3%에 그쳤다.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자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활성화 대책을 발표한다. 세계경제 위축으로 ‘수출 드라이브’가 여의치 않자 내수 위주 성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후 3분기 경제성장률은 1.3%로 뛰어올라 6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결국 3%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3월과 6월 한은이 각각 0.25% 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낮추며 정부의 확장 기조에 호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1∼3분기 건설투자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4분기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6.1% 감소했다. 주택경기가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동안 가계부채는 1200조원으로 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변했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계부채 증가로 당장 쓸 돈이 줄면서 소비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 내수부양책은 미래에 쓸 돈을 당겨쓰도록 해 소비 시점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경기를 반등시키기는 어렵다”며 “중국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낙관적 성장률 전망이 경제심리 더 위축시켜=정부와 한은의 낙관적 경제전망에 대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일단 낙관적 수치를 제시한 후 경기가 안 좋아지면 뒤늦게 하향 조정하는 패턴을 반복하다 보니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더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은은 2014년 4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4.2%로 전망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3.1%로 낮췄고, 지난해 10월엔 다시 2.7%로 하향 조정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한은이 낙관적 전망의 오류 때문에 완화적인 통화·환율정책을 제때 쓰지 못하면서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실기한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올해도 정부와 한은은 3%대(정부 3.1%, 한은 3.0%)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간기관들은 2% 중후반을 넘기 힘들다고 본다. 대신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지난해의 경우 메르스나 해외경제 둔화 탓도 있지만 최근 5년간 한은의 성장률 예측오차 평균이 1% 포인트에 달하는 것은 한은의 책임”이라며 “한은의 ‘낙관 편향’에 기반한 성장률 예측 실패는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3년 만에 최저 성장률… 진단과 해법] 성장동력 실종… 정부 부양책으로 버티는 한국경제
입력 2016-01-26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