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당저당 ‘선’ 넘나드는 정치… ‘인적 경계’ 허물어진 정당정치 논란

입력 2016-01-22 04:0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틀 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던 조경태 의원(가운데)으로부터 입당서를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이병주 기자

4·13 총선을 80여일 앞둔 여의도에서 낯선 장면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여야 모두 ‘긴급 수혈’ 인물 경쟁에 나서면서 정당 간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정당의 외연 확장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당 정체성마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야당 불모지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야당 최고위원까지 지낸 조경태 의원은 탈당 이틀 만인 21일 여당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이슈 하나로 19대 총선과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승리를 견인한 ‘친여(親與)’ 인사다. 이명박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당은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등 다른 ‘이명박(MB)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총선과 당내 상황 정리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론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위기를 돌파하려고 자신들이 강력 비판했던 상대 진영 인사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당 정체성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더민주는 김 위원장과 정 전 총리가 여권에 있을 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해 “경제민주화로 새누리당의 친재벌 성향에 물타기를 했다. 헛공약을 만드는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인과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문재인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상징 같은 분”이라며 김 위원장을 추켜세웠다. 제1야당은 현직 시절 정 전 총리를 ‘비리 백화점’에 비유했고,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계획 수정 국면에서도 맹공을 펼쳤다.

최근 야권 내부의 역사 논쟁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더민주는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의 ‘국부 발언’을, 국민의당은 김 위원장의 전두환정권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활동 전력을 집중 공략했다. 급기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야당 간 혈투에 전력을 쓰지 말고 민생 살리는 일에 혈투를 벌이라”고 일갈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도 “서로 ‘네가 더 새누리당스럽다’고 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한탄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내는 물론 국민들을 향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윤 실장은 “상대 진영에 있을 때 쌓였던 ‘정치적 앙금’을 풀지 않은 채 무작정 영입하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