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9시30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껀달주(州) 까까옹 지역의 까까옹예수초등학교. 주내 유일의 기독교 학교에 한국 청소년이 들어섰다. 학생들 손에는 페인트 붓, 학용품, 악기, 장난감이 들려 있었다. 기아대책 한톨청소년봉사단(한청봉·단장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3기 캄보디아팀 학생들이다. 작은 오지 마을에 외국인들이 오자 현지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덩달아 학교로 뛰어들어왔다.
5박7일간의 캄보디아 해외봉사 첫 일정으로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마스크에 목장갑을 끼고 학교 곳곳의 빛바랜 페인트를 벗겨냈다. 학생들은 제거를 마친 벽에 페인트 붓과 롤러로 하늘색 오일페인트를 정갈하게 칠했다.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가 영상 38도까지 치솟은 데다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학생들은 아랑곳않고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일했다. 이 학교 학생인 현지 아이들은 봉사단원 곁을 지키며 같이 페인트를 칠했다. 호피 쩌이(59) 교장 등 교사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페인트칠에 동참했다.
학교 설립자 호피 목사, 불교 국가에서 갖은 박해 받아
학교 설립자이자 목사인 호피 교장은 ‘킬링필드’의 주범 폴 포트의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인 1976년 이 학교를 세웠다. ‘기독교 학교를 운영하는 지식인’이란 이유로 군인인 이웃에게 총을 맞아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에도 국민의 95%가 불교신자인 캄보디아에서 여러 불이익을 겪었지만 타 공립학교보다 교육 수준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생 수가 점차 늘었다. 현재는 유치원생을 포함해 재학생이 268명으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가 대부분이다.
한국 후원자들과 2011년부터 인연… 교육자재·비타민 등 지원
학교는 기아대책과 연을 맺은 2011년부터 어린이개발사업(CDP)을 도입해 전교생이 한국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기아대책은 학교를 ‘까까옹센터’로 지정하고 교육 기자재, 구충제, 비타민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며 지역 어린이들의 학업과 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다. 특별히 형편이 어려운 학생 35명에게는 매달 쌀을 제공한다. 이곳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립 중등학교에 진학한 7∼9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와 캄보디아어, 컴퓨터 등의 과목을 가르치는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이다.
페인트칠·체육대회·방과후 활동… 5박7일간 함께
오전 내내 한 페인트 작업이 마무리되자 한청봉은 오후부터 교내에서 교육박람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과학, 미술, 음악, 한국문화를 주제로 4개 부스를 차리고 캄보디아어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단 뒤 까까옹센터 소속 아동들과 청소년을 맞았다. 센터 아동·청소년들은 봉사단이 선보인 핸드벨과 율동, 나무피리·종이액자 공작, 투호놀이·딱지접기에 금방 빠져들었다.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현지 아이들에게 봉사단원도 흔쾌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해맑은 아이들 보며 긍정적 생각 갖게 돼… 다시 만나고 싶어”
손현(16·수원 이의고)양은 “봉사에 관심이 많아 지난 9월부터 학원 토요 보충수업을 빠지고 한청봉 행사에 참여했다”며 “짧은 만남임에도 ‘언니와 계속 있고 싶다’는 현지 아동들의 편지를 받고 큰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세빈(17·서울 휘봉고)군은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평소보다 많이 웃고, 사고도 긍정적으로 하게 됐다”며 “장래 희망이 이종격투기 선수인데 꿈을 이루면 다시 이곳에 와 같이 어울렸던 현지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한청봉은 이튿날 까까옹예수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를 열고 지역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교분을 쌓았다. 지난 21일에는 까까옹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언롱슬라엥 지역 공립초등학교와 교회에서 페인트 작업과 문화공연을 펼쳤다.
기아대책 까까옹·언롱슬라엥센터를 관리하는 고승철 기대봉사단은 한청봉에 감사를 전했다. 고씨는 “한청봉은 학교를 예쁘게 꾸며줬을 뿐 아니라 캄보디아 정규 교육과정에서 접하기 힘든 예체능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줬다”며 “아이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봉사단장 김영걸 교수는 “한청봉 학생들도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며 나눔의 기쁨과 중요성을 배웠을 것”이라며 “이번 해외 봉사를 계기로 지구촌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는 태도를 익힌 학생들이 훗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껀달(캄보디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학원 빠지고 온 봉사활동 나눔의 기쁨 배워… 베풀 수 있는 어른 될래요”
입력 2016-01-22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