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8일 한수원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 “안전하게 방어하고 있고 원전 운영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협박성 공격 예고를 한 시점은 무사히 지나갔고, 잇단 한수원 내부 자료 공개도 지난 23일 이후 소강상태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수원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이들이 누구인지, 이유는 무엇인지, 이들이 애초에 빼내간 자료가 얼마이며 어디까지인지 등 분명해진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2주 지났는데 자료 유출 누가·어떻게·얼마나 ‘깜깜’=‘원전반대그룹’이 인터넷 블로그에 한수원 내부 자료를 공개하며 한수원에 협박성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5일이다. 앞서 지난 9일 한수원 직원들에게 악성코드가 심겨진 이메일이 단체 발송돼 내부망 연결 PC 등 4대가 일부 손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지난 23일까지 이들은 5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빼낸 자료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해 왔다. 마지막 공개 때는 “크리스마스에 몇 기가 파괴될지도 모르니 국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조치를 취하라”며 “1차 공격은 하드 파괴 몇 개로 끝났지만 2차는 제어 시스템 파괴”라며 협박까지 해 왔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자료는 한수원 직원들의 명단과 연락처부터 원전 도면, 한수원이 독자 개발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행히 예고된 크리스마스나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27일)은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갔다. 23일 이후 추가 자료 공개도 없다. 조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고 봐서다. 조 사장은 그동안의 자료 유출 상황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 파악된 바로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초 악성코드 메일이 발송된 시점부터는 20일이 지나도록 범인에 대해 파악된 바는 없다. 자료 유출 상황과 관련해서도 추가 자료 공개가 없다는 현상 외에 전체 유출된 자료가 어디까지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실제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공개한 자료가 해킹해서 얻어낸 것인지, 내부 직원이 의도적으로 빼내가서 사후 공개를 하고 있는 것인지 등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만큼 이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현재도 한수원의 내부망에 침투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해킹을 통해 원전 안전 자체를 위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지만 예기치 않은 공격이 추가될 경우 국민 불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도 “원전 운전 자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 추가로 발생하면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신고리원전 가스 누출 사고=지난 26일에는 울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신고리 3·4호기 모두 작업이 중단됐고 검찰과 고용노동부 등이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사고 발생 후 병원이 신고하기까지 2∼3시간 이상 방치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한수원 측의 재해 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조 사장은 간담회에서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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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9 03:18 수정 2014-12-29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