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민간단체가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표현한 책자를 미국 의회에 발송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본 민간단체 ‘사실을 세계에 발신하는 모임’은 최근 ‘위안부 문제의 진실, 매춘부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영문 소책자를 제작해 미국 의회에 보냈다고 산케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이 단체는 미국 상·하원은 물론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미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 시장·시의회 의원에게도 책자를 보냈다.
A5용지 30쪽 분량인 이 책자는 미군이 1944년 미얀마에서 한반도 출신 위안부 피해자를 신문한 결과 위안부가 단순히 매춘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한국인을 차별하지 않았다거나 한국전쟁 이후 미군과 한국 정부가 관리한 위안부가 한국에 있었다는 주장까지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의 사무국 측은 이 책자의 일본어판도 작성해 널리 알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물리력 동원이란 좁은 의미의 ‘강제 연행’ 유무를 따지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려 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아닌 ‘일본의 명예’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일본 내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을 때 미국이 “매우 실망했다”는 문구를 담은 성명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일본계 미국 학자인 글렌 S 후쿠시마 미국진보센터(CAP) 선임연구원은 26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자 미국 정부가 복수의 성명서 문안을 작성해 주일 미대사관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 정부는 “일본 지도자가 주변국과의 관계를 악화하는 행동을 해 실망했다”는 성명을 냈었다. 후쿠시마 선임연구원은 당시 대사관에 전달된 문안에는 ‘매우 실망했다(very disappointed)’는 표현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토 결과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에 ‘매우’라는 말을 쓰는 건 지나치다는 결론이 내려져 ‘실망했다(disappointed)’는 수준으로 성명이 발표됐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아베 내각의 안보정책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평화헌법 개정 등 역사인식과 관련해서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
막 나가는 日 민간단체…“위안부 피해자는 매춘부” 美 의회에 책자 발송
입력 2014-12-27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