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배는 안 되지만 술은 괜찮다는 건 아닐 텐데

입력 2014-12-27 02:08
담배는 끊고 술은 마시라고 권장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하우스(소규모) 맥주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푸는 주세법 시행령을 주요 개정 내용 중 하나로 분류했다. 여기에는 축제나 경연대회를 위한 주류 제조면허 요건을 완화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나서서 성대한 술 축제까지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담배와 술 모두 국민 건강에 해로운데도 담뱃값은 올리면서 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여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높은 음주율이 국민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주세법에 대해서는 해마다 규제를 완화해 왔다. 지난해에는 하우스 맥주 제조사에 외부 유통을 허용하고 맥주 제조장의 시설 기준을 절반 수준으로 완화했다. 더 나아가 탁주, 약주, 전통주 직매장 시설에 한해서만 주류 제조자가 직접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을 올해는 하우스 맥주 제조자에게도 이 문호를 열어줬다. 하우스 맥주 제조장의 시설 기준 규제도 더 풀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술(20조원)이 담배(10조원)보다 사회·경제적 비용이 더 컸다. 우리 사회의 관대한 술 문화로 인해 고위험 음주 경험자 비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8월 15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2일 발표한 2013년도 주류 소비·섭취 실태 결과를 보면 고위험 음주를 한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이 82.5%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68.3%)에 비해 1년 새 14.2%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음주로 단속되는 운전자가 하루 700명(평균 732명)이 넘는다는 경찰청의 올해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기존에 있던 규제까지 완화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인식이 술에 너무 너그러운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술을 더 마시라’고 판을 벌리는 꼴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음주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