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정 사역’ 네 가지 이슈 점검] 세상을 지탱하는 힘… 가정의 가치 커졌다

입력 2014-12-26 02:25
세월호와 중년 퇴직자들의 아픔, 고독사 등을 겪으면서 ‘2014년의 가정’은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더 나아가 동료를 생각하고, 이웃을 돌보는 확장된 가족가치의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민일보DB

세월호 참사나 고령화 사회, 고독사 증가, 퇴직자 본격화 등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한 해였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건 곧 가정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 가정사역자들도 "한 해를 돌아볼 때 우리 사회에는 우울감이 팽배했다"며 "마음의 상처를 감싸고 성공보다 행복을 우선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한 작은 행복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올 한 해 가정사역 이슈를 네 가지 주제로 정리해 봤다.

◇세월호 참사를 통한 가치관의 변화=‘416 세월호 침몰’은 이 시대 가정을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 명문대만 고집하던 부모들의 반성이 이어졌다. 가장은 귀갓길을 서둘렀으며,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가족들이 늘었다.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성공보다는 행복을, 일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가치관으로의 변화가 일어났다”며 “이를 통해 죽음 및 죽음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확산됐다”고 언급했다. 국가적 재난에 부응한 재난심리 매뉴얼, 유가족 정서 치유를 위한 ‘애도’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등 가정사역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었다.

◇드라마에서 찾은 우리 시대 ‘공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미생’ 등은 부모와 자녀, 형제, 동료 간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아버지가 자식들을 상대로 낸 불효청구소송을 통해 이 시대에 던진 메시지는 ‘그럼에도 대화’라는 가족간 가장 기본적인 실천을 가르친다. 이는 곧 가부장적 일방통행식의 대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는 공감이라는 감성을 전 국민들로부터 불러일으켰다.

비정규직 문제를 부각시킨 ‘미생’ 역시 전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족 중 누군가는 퇴직자이고, 또 누군가는 비정규직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상사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노동자라는 것에 공감하며 따뜻한 가족애를 일깨웠다.

◇노년에 관한 관심 실제화=한국은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전체의 12.7%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는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함께 봉사하고 나누면서 주체적으로 교회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노인 목회를 실시하는 등 시대의 필요를 감당하고 있다.

남성사역연구소장 이의수 목사는 “특히 국민일보가 은퇴 선교사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짚어냄으로써 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노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고 분석했다.

◇‘고독사’에 대한 관심 늘어=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독거노인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이는 곧 고독사로도 이어지는 서글픈 현실이 됐다. 지난해 보고된 고독사는 1717건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어디선가 썩는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로 발견된다.

고독사의 비율이 50대 가장이 가장 많다는 것이 고독사의 가장 큰 문제다. 중년의 경우 경제문제로 인한 가족해체가 주범이다. 이밖에 고령화나 미혼 현상의 심화도 고독사 증가의 주요인이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서울 옥수중앙교회는 ‘365 우유 안부 캠페인’을 펼침으로써 고독사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하이패밀리는 고독사 예방프로그램으로 ‘가래프로젝트’(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미리 막는다는 의미)를 제안했다. 송 목사는 “교회가 구역이나 순모임 같은 조직 등을 활용해 홀로 힘들어하는 이웃들을 돌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중년 퇴직자들의 본격화나 고령화 사회에 대한 해법은 중년기와 노년을 준비하는 인생 후반전 설계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행복연금을 부으면서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볼 것”을 권면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