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논객’인 김상조(52) 한성대 교수가 SK사장단 초청강연에서 “총수는 조정자 역할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기업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강연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SK그룹 최고 경영기관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3일 김 교수를 초청해 1시간30분간 재벌개혁 강연을 들었다. 강연에는 김창근 의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5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최태원 SK 회장이 수감 중이고 사면론이 불거지고 있는 점 등을 의식해 강연을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3개월 전 SK측의 강연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삼성, 현대차와 함께 국내 3대 그룹에서 모두 사장단을 상대로 강연하는 기록을 갖게 됐다. 김 교수는 “‘조현아 사건’은 재벌가 3∼4세들이 사회와의 공감 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며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은 세상과 부딪히며 일해 왔는데 이들 재벌가 자녀는 온실 속 화초처럼 크면서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능력조차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벌기업 총수는 그룹 전체의 ‘코디네이터’로서 내부 업무 조정자이자 외부와의 대화 창구로서만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총수가 모든 것을 보고받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 경영시스템은 현재의 사회경제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총수는 조정자 역할만 해야”
입력 2014-12-25 02:13